1. 장학회와 인연을 맺은 때와 과정
횃불장학회와 처음 인연을 맺은 때는 10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었습니다. 2010년 당시 저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는데, 가까운 친구를 통해 일원동에 위치한 일원청소년독서실과 횃불장학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지역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나름대로 공부를 잘 해왔던 편이었고, 주변 친구들과 조금은 달리 학원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공부를 해왔던 만큼 저보다 어린 초등학생, 중학생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지원을 했고, 고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직전까지 매주 멘토링을 다녔습니다.
일원동은 비록 강남권임에도 비교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았던 동네여서, 저는 그 중 학습 방법에 대한 지원과 가이드를 충분히 받지 못한 몇 명의 학생들이 독서실을 통해 인연을 맺고 여러모로 학습 방법에 대한 조언 학습 내용에 대한 체크 등의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차피 대학입시 및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봉사활동 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채우는 측면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던 것이, 어느덧 필수활동시간을 한참 넘어서까지 활동할 만큼 애정이 생겼고, 또 그 과정에서 그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후원했던 횃불장학회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정도에서 끝날 수도 있던 장학회와의 인연이었지만, 다른 계기 덕분에 조금 더 깊게, 그리고 다른 층위에서 장학회와 관계를 맺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 즈음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유복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족함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는데, 열심히 공부한 덕에 가끔 이런저런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타곤 했습니다.
그 중 영광스럽게도 경제학과 관련된 어느 고등학생 대회에서 제가 큰 상을 받게 되어 얼마간의 상금을 받았는데, 사실 당장 저는 돈을 개인적으로 필요로 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공부하는 데에 불편함은 없었기 때문에, 저보다 같은 돈을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은 다른 학생들에게 그 상금을 전달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께 제 의사를 말씀드리자 또 적극 격려해주셔서 곧바로 그렇게 결정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횃불장학회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행이도 선뜻 제 마음을 받아주셔서 저는 그때 처음 기부, 내지는 저보다 조금 더 어렵고 저보다 더 같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일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후에 저는 대학생이 되었을 때에도 학교 친구들과 나간 공모전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상금을 받았는데, 이때에도 또 선뜻 함께해준 다른 팀원 친구들과 뜻을 모아 횃불장학회에 상금을 다시 전달하며 그 나눔의 즐거움을 이어갔습니다.
감사하게도 임동신 회장님께서는 그런 저와 친구들을 대견하게 여겨주셔서 언젠가는 맛있는 식사도 사주시고, 제가 대학 시절 활동하던 피아노 동아리의 연주회에도 참석해주시고, 또 연례 장학회 행사에도 저와 친구들을 게스트로 초청해주시기도 해서 저는 그렇게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2. 현재 하고 있는 일
저는 여러모로 운좋게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수학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재학 시절부터 어떠한 시대의 트렌드 때문이었는지,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때문이었는지 벤처 내지는 요즘 용어로 '스타트업'에 뜻을 두게 되었고, 대학 2학년 시절부터 - 당시에는 여전히 스타트업보다는 '벤처'라는 단어가 더 흔하게 쓰였었고 지금보다는 아직 훨씬 벤처업계가 작았던 시절이었습니다
- 첫 학생 창업을 했습니다. 그시절 미숙했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두 개의 회사를 만들었었고, 또 그와 별개로도 기존에 이미 잘 정립된 기관이나 동아리에서 역할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느꼈던 저는 피아노 동아리와 NGO도 각각 창립하기도 했었습니다. 피아노 동아리에서는 나름대로 공연, 음원 발매, 그리고 드라마 음악 작업까지도 경험했고 NGO에서는 오랜 내전으로 깊은 상흔이 있는 남아프리카의 부룬디라는 나라의 어린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겠금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저는 현재 몸담고 있는 마피아컴퍼니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분야에서 기술적 접점을 찾은 이른바 뮤직-테크(Music Tech) 회사로 시작한 마피아컴퍼니는 2016년 창업해서 지금까지 누적으로 50억 원 가량을 투자받으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고, 3명으로 시작한 팀은 어느덧 3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마피아컴퍼니는 전세계 작곡가들과 연주음악가들이 본인의 창작물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들을 서울-도쿄-싱가폴에 걸쳐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장래 희망과 장학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
저는 너무 긴 미래를 그리지는 않는 편입니다. 저 스스로도 저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하물며 3년, 5년 뒤의 저는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예측하기는 더더욱 어렵고, 나아가 3년, 5년 뒤의 세상은 또 어떨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3년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장 가시적인 미래에는 저는 지금 운영하는 제 회사가, 속해 있는 음악 저작권이라는 업에서만큼은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회사로 성장하게끔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도 저희 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수만 명의 뮤지션들과 작곡가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저는 이들이 더 지속가능하고 큰 수익을 벌 수 있는, 또 지금 수만 명이지만 또 내년, 내후년에는 수십만 명이 그렇게 활동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던 연주음악 뮤지션들(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등)과 작곡가들이 정부지원금, 음악재단 등 외부의 시혜적인 주체로부터의 도움을 통한 의존적 생존이 아니라, 그들이 창작한 콘텐츠의 창조성을 통해 자생적, 주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을 올리게끔 하는 것이 저희 회사, 그리고 당장의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미션입니다.
한편 저는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이들을 존경하고 또 응원하는 마음이 커서, 몇 년 전부터는 '엔젤 투자'라는 형태로 자신의 업을 일구고자 하는 젊은 창업자들에 대해 투자하고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응원하고 조언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나의 소중한 자원을 투자하고 함께 리스크를 진다는 의미에서 엔젤 투자는 단순히 수익활동이 아니라 정말 험난한 창업이라는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나아간다는 '동참'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기술창업자가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부터, 트렌드와 고객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요리사가 자신만의 멋진 레스토랑을 여는 것까지, 저는 재능은 있지만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게, 남들이 아직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주저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베팅'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조금씩 성장하고자 노력했고, 이러한 초기 단계의 투자 활동, 다시 말해 사람에 투자하는 일은 일생을 살아가며 어떤 일을 하든 계속 이어가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요즘 여러모로 장학회 등 비영리단체에 대한 불신 내지는 잡음이 큰 나날입니다. 횃불장학회는 항상 투명한 회계 공개 등으로 원칙을 지켜온 만큼, 이러한 때일수록 더더욱 여러 단체들과 장학회들의 본보기이자 원칙의 불빛으로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과거에는 개인의 창조력과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교육'이었다면, 이제는 교육을 받고 선망받는 직장에 취직하거나 시험을 통과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운명 개척을 넘어, 훨씬 다변화된 방식으로 시대적 불확실성 속에 놀라운 기회들을 찾아내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학회의 존재의 의의가 무엇인지, 과거 30년 간의 장학회의 모습이 과연 미래 30년 동안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가장 그 의의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점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선의를 가지고 세상에 밝은 불빛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결국 올바르게 나아간다고 믿습니다. 횃불장학회에 함께하는 분들은 모두들 그러하시리라 생각하기에, 모든 분들께 진심에서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제시하는 불확실성을 두려운 것이 아니라 기회와 성장의 발판으로,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정답이 존재하는 것으로 바라보며 또 진화하고 나아갈 횃불장학회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우리 장원이 고맙다. 분주한 중에도 이렇게 성실한 글을 보내주다니.. 자네를 만나것이 벌써 10년이 되었구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월인데
그동안 아무도 가지않았던 길을 열심히 걷고 있는 자네가 자랑스럽다. 여기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모두 장학생들인데 자네는 유일하게 고등학생시절부터 후배들을 직접지도 하고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받은 상금을 장학생들을 위하여 기부를 시작했지! 그나이에 아무나 할수없는 생각을
실천에 옮겨서 나를 놀라게했는데 지금은 벤쳐 사업과 엔젤사업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내용에 더욱 감동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꿈꾸고 있는 일이 우리 장원이는 반드시 이루어내리라 믿고 나도 그렇게 되길 기원할께! 고맙다. 임 동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