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년은 없다. 박 진 호/본회 자문위원, 축산유통 본부장 첫 직장에 40여 명이 합격되어 감격어린 출근과 OJT(현장실습교육) 교육 등 6개월의 교육 후 부서에 배치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2년. 정년퇴직이라는 큰 대문 앞에 서 있다. 입사 후 몇 년은 정신이 없었고 그러던 중 한 명씩 타회사로 전출하면 새로운 직장에 더욱 빛나게 근무하겠지 위로하며 지냈지만 그 수가 얼마 남지 않을 때엔 생이 빨리 빠져나가듯 가슴이 아팠고 외로웠다. 그래도 여기저기 회사의 실력있는 부서와 위치에서 서로 협조하며 인생의 무엇인지 동문이, 친구가 정말 큰 힘이 되는 걸 느끼며 회사의 중심에 서 있다. 새로이 이곳 농협(전 축협)에 옮긴 지 10년. 올해가 정년 퇴직이라는 감투(?)를 쓰고 보니 여러 가지 감회가 새롭다. 쥐꼬리 월급, 적절한 진급, 결혼, 두 꼬마 등 너무나 빠른 현실에 기가 질리나 정년이라는 현시점은 외롭고 불안하고 그 무언가가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본다. 무엇이 날 불안하게 하는가. 돈, 명예, 자존심….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운이 좋았는지 생각이 빨랐는지 나는 일찍이 퇴직 후의 생활을 염려하여 조그만 일터를 마련한 게 지금은 노년의 나의 생활을 유지시켜 줄 만큼 안전하게 커 있고, 왕년엔 한국 최대 그룹의 부장도 해봤고 현재는 정년까지 목숨은 보존(?)한 것만도 자존심에 상처 받을 것까지는 없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한 마음에 책방에 들렀다. 내가 새로이 사는 방법은 없는지 수만 권의 책 중에 인생에 정년은 없다(전유성 저, 어문각)를 골랐다. 저자는 주장한다. 정년 퇴직 후가 진짜 인생의 출발이라고, 신입사원 땐 상사 눈치, 전문지식확보 등 살기 바빴고 중견이 되어선 상사눈치 부하 통솔하느라 바빴고, 그러나 이젠 그런 일에서 완전히 해방된 게 아니냐고. 그렇다 이젠 애들 문제 세상문제 접어두고 나의 인생 아니 아내와의 새 인생에 전념해야 할 것 같다. 내 인생에 전념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인생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가 최우선 관심이겠지만 이제야 어떻겠나. 있는 것이나 잘 선용해야지. 생각해보자 취미생활 봉사활동 등 생각하기엔 무궁무진한 생활이 날 기다리고 있음에야. 그렇기 위해서는 건강해야겠지.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는 얘기처럼 건강해야겠지. 나만 생각하는 아내와 정다운 친구들과 황금기의 세월을 영위하려면 건강해야겠지. 정녕 정년을 없애려면 건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