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때마다 지적받는 단골 질환..증상 따라 병명도 천차만별
[Health Journal] 소화불량·속쓰림이 대표 증상
식도·위·십이지장이 상부위관
역류질환·위염·궤양으로 구분
음식 저장하는 일종의 밥통, 위
하루에 많을땐 5L의 위액 분비
신경 숫자도 뇌 다음으로 많아
위점막 굵어지는 비후성 위염
점막세포 변형된 장상피화생
검진서 발견됐다면 조심해야
위염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
암환자 절반서 양성으로 나와
WHO도 위암 유발인자 인정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인 상부 위장질환은 크게 위·식도 역류 질환, 위염, 궤양, 위암 등으로 구분한다. 위장 점막에 염증이 생긴 위염은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으로, 궤양은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으로 나뉜다. 급성 위염은 헬리코박터균에 처음 감염되거나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감염됐을 때 생길 수 있다. 또한 약물, 과음, 수술 등을 비롯한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급성 위염이 생기면 보통 복통, 소화불량, 구토, 트림 등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위염은 위염에 의해 생긴 위 점막 모양과 증상에 따라 표재성 위염, 위축성 위염, 미란성 위염, 출혈성 위염, 비후성 위염, 담즙 역류성 위염 등으로 세분화한다. 위암은 위에 생기는 모든 암을 두루 이르는 말이다.
위는 식도와 소장(십이지장) 사이를 이어주는 소화관이다. 식도를 통해 내려온 음식물을 잠시 저장하고 일부 소화작용을 거쳐 소장으로 내려보낸다.
음식물을 저장해 밥통으로도 불리는 위는 크기가 약 1.5ℓ(1500㎖)다. 주머니 모양을 한 위는 오른쪽 아래로 처진 듯한 J자형 모양을 하고 있다. 위 두께는 3~8㎜이며 위장 구조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 4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사실 내시경을 통해 보는 위(장)는 위점막 내부 표면뿐이다. 내시경을 통해 발견한 조기 위암은 위암이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근육층, 장막층까지 위암이 침범한 진행성 위암과 구분된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위 몸통 부위에 해당하는 체부에서는 위산이 분비되고 아래쪽 유문 근처 전정부에서는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위산 분비를 적절히 조절한다. 그러나 이런 내분비 작용에 이상이 발생하면 위산 과다에 의한 소화성 궤양이 생긴다. 위의 안쪽 면인 위벽은 강한 산성에 견딜 수 있다.
위는 신경 숫자가 뇌보다 적지만 척수보다 5배나 많다. 이 때문에 위는 음식물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음식이 위에 들어오면 위산과 펩신이 분비돼 분해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약간의 염증(위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위염 중 가장 많은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점막이 위축돼 얇아지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40대 이후에 잘 생기는 위의 노화현상이다. 만성 위염은 급성 위염과 달리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지속해서 작용해 증상이 나타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약물, 흡연, 반복적인 알코올 섭취,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담즙이 역류하는 경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위염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이상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위축성 위염은 반드시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심한 위축성 위염이 있는 사람의 10% 이상에서 암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위암까지 진행하는 데 보통 16~24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만성 위염은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로 위 점막 표면 상태에 따라 표재성 위염, 위축성 위염, 미란성 위염, 출혈성 위염, 비후성 위염, 담즙 역류성 위염 등으로 구분한다.
표재성 위염은 위장 점막의 표층에 염증이 생긴 경우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도 음식을 조심하고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낫는다. 미란성 위염은 위장 점막의 염증이 심해진 상태로, 치료하지 않으면 출혈이나 궤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출혈성 위염은 염증이 혈관을 손상시켜 발생하며 피를 토하고 복통이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위축성 위염은 지속된 염증으로 위의 점막이 위축돼 있어 위산 분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대부분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식사 후 답답하고 메스꺼운 불쾌감이나 압박감이 지속된다. 비후성 위염은 위장 점막의 주름이 굵어지는 경우로, 위암의 전조 질환 중 하나로 주기적인 관찰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화생성 위염은 위장 점막이 오랫동안 자극받아 변화가 일어난 경우로, 고령자에게 많다. 담즙 역류성 위염은 위의 아래 부분인 유문부를 통해 담즙(쓸개즙)이 역류해 위장 점막을 자극해 발생한다. 소화불량과 함께 통증을 동반한다.
궤양은 피부와 같은 곳이 둥그렇거나 타원형으로 깊게 파인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위 점막에서 위궤양이 생겼다면, 위 점막이 위 점막하층 이상으로 깊게 파인 것을 뜻한다. 위궤양은 양성, 즉 암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위암도 정확히 표현하자면 궤양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해 '궤양성 위암'이다.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 속에 궤양이 생기면 위암이 그 가장자리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 모양이 약간만 이상해도 조직 검사를 해서 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화성 궤양은 위산 분비로 인해 위나 십이지장에 궤양이 생기는 것을 말하며 양성 궤양만을 소화성 궤양이라고 부른다. 십이지장궤양은 젊은 사람에게 많고 위궤양은 중장년층에서 자주 발생한다.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 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는 것이다. 장상피화생 자체는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만성 위축성 위염이 공존하면 위염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검진 때 위내시경 조직 검사를 받은 사람의 20~30%에서 장상피화생이 관찰된다. 이형성은 정상적인 상피세포가 암세포 형태를 닮아가는 과정으로, 거의 암에 근접한 병변을 말한다. 이형성으로 진단되면 병원에서 위암에 준하는 치료를 한다.
민영일 병원장은 "위암의 진행 단계로 인정받고 있는 가설은 정상세포→만성 위염→장상피화생→이형성→조기 위암→진행성 위암의 과정"이라며 "건강검진 결과 만성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발견됐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위암은 위 점막 세포가 지속적으로 자극받고 손상된 위 점막이 위축되거나, 위 점막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 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것이다. 위암 초기에는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우리나라 암 발생률 1위는 위암으로, 해마다 3만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그러나 다행히 위암의 5년 생존율은 77.0%에 달한다. 김준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암의 발병 요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이형성 등 위암 관련 질병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가공육류에 들어 있는 질산염 화합물 섭취 등 식생활 △흡연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90% 이상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위염 원인균으로 널리 알려진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제균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려면 보통 3~4가지 항생제를 1~2주 복용한다. 헬리코박터 제균은 항생제 내성을 가지더라도 적극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 위염이 있는 사람 10명 중 6~7명꼴로 감염돼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이 위암에 걸릴 확률은 1~2%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위암 유발인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감염이 위암 발병에 독립적으로 관여한다고 인정하기에는 아직 의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전체 위암 환자의 40~60%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양성으로 나오므로 이 균의 감염자는 위암의 상대적인 위험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민 병원장은 "만성 위염 치료를 위해 헬리코박터를 치료할 수 있지만 이미 완전히 성립된 위축성 위염과 화생성 위염은 헬리코박터를 치료해도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1년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