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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회소식

7월 2일 밤, 광화문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23인의 전사와 
기쁘게 장단을 맞추며 춤을 추는 벽안의 축구감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3일 아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온 사무실과 
미뤄둔 일거리를 정리하는 무심한 내 자신의 손길을 느끼면서 
정말 지난 한 달이 꿈은 아니었을까 다시 내 손등을 꼬집어 보았습니다.

누구는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기적이 아니라면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대통령 아들은 뇌물수수로 철창에 갇히고, 동서로 갈라져 정쟁만 가득한 나라.
꽃다운 10대의 여학생 두명이 외국군대의 장갑차에 깔려 죽어도 
처벌은 커녕 재판도 할 수 없고, 항의하는 외침을 경찰이 막는 나라,
버젓이 자기국기를 걸어놓은 공관에 외국경찰이 들어와 외교관원을 구타해도
큰소리 못내고 눈치만 보는 불쌍한 나의 조국.
기어이는 꽃게도 마음대로 넘나드는 서해바다에서 4명의 청년이 같은 민족의 
총알에 아까운 생명을 잃어야 하는 나의 대한민국.
바보처럼 억눌리고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제 몸 땀흘려 움켜쥔 것조차도 
제 것이라 자랑하지 못하고 쉬쉬하는 내 형제들이 함께 숨쉬는 이 땅.

그렇게 남북으로 갈리고 동서로 또 갈리고 밖으로는 억눌리며 안으로는 눈물을 삼키면서 
서로 한탄하던 4700만의 가슴이 한꺼번에 모여 억누를 수 없는 해방감에
그리도 눈물겹게 조국의 이름을 외칠 수 있었던 30일이 기적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누구는 국가주의의 망령이라고, 어떤 이는 광기와 흥분이라고, 
어떤 이는 87년의 광장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말을 짜내기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우리는 한 판 흐드러지게 놀았을 뿐입니다.
너무도 배고팠던 시절을 지나, 하고픈 말 한마디 못하는 암흑을 지나,
수많은 삶의 아픔과 생활의 고뇌를 떨쳐버리고 
정말 즐겁게 정말 미치도록 신나게 한 번 놀아보았을 뿐입니다.
그래요.
외국사람들이 그리도 신기하게 보았겠지만, 우리는 한 번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했습니다. 50년이 넘게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큰 한 판을 준비하는 그 날 아침조차도 우리는 갈라서
같은 핏줄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현실을 자각해야만 했던 한많은 국민이었습니다.

상처 입은 가슴들이 자괴감과 상실감을 벗어 던지고 소리지를 때
정말 아무 조건 없이 하나가 될 때 기적은 이루어졌습니다.
모두가 다 모여 내 형제, 내 아들, 내 부모님이 되어 함께 뛰었던 커다란 불길이었습니다.

갈라져 싸우는 현실도, 정치면을 장식하는 치졸한 이야기도, 짓밟히는 주권도,
우리 가슴속에 남아있는 그 불길의 이름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강하다"는 
그 기적 같은 외침을 밀어내지 못했습니다.

아직 우리 민족이 이겨내야 할 역사의 게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아픔과 도전, 역사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며 또 승리할 것입니다.
너무나 소중한 불길을 모두 가슴에 가지고 있기에 예전처럼 그저 감내하는
불쌍한 우리민족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서 승리하는 우리 자신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 나라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남북이 하나가 되어
내 조국의 이름을 어느 민족 앞에서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그 때가 되면
우리의 자식들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전설처럼 오늘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2년 6월에 우리는 정말 강했노라고,
그리고 지금 우리민족은 정말로 강하다고,
그래서 우리 조국의 이름이 대한민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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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7월 4일 우리모임 홈페이지 게시판에 어느 회원님께서 올려주신 영상과 글을 옮겨본 것입니다. 영상을 함께 올리지 못한 것이 유감입니다.

  7월 한 달도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2002년   7월  15일
                                                                임  동  신  올림
조회 수 :
271
등록일 :
2004.06.18
1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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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fire.or.kr/168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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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02년 1월의 편지 임동신 279 200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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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1년 10월의 편지 임동신 321 200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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