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건강과생활

'투명인간' 불가능한 얘기 아니다 | Daum 뉴스

'투명인간' 불가능한 얘기 아니다

 

원호섭 입력 2017.05.14. 17:12 수정 2017.05.14. 20:14 댓글 119개SNS 공유하기

  •  
  • 한국인 과학자 원천기술 활용 뼈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 개발

뼛속 줄기세포 관찰 가능..골다공증 새 치료제 기대도

 

20170514201403098evfs.jpg

 

그토록 원했던 약이 완성됐다. 조심스럽게 마신 뒤 거울을 바라봤다. 나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인간이 된 할리 그리핀. 그는 곧 '광기'에 휩싸여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1897년 발표된 영국의 유명 작가 조지 웰스의 작품 '투명인간' 줄거리다. 100년 전 소설에서도 드러나듯이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투명인간이 되고픈 생각을 한다. 아무도 모르게 거리를 걸어다니거나 불가능한 임무를 해결해 영웅이 되는 꿈도 꾼다. 투명인간은 아직 과학에서 영역 밖의 일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조심스럽게 투명인간에 한 걸음 다가서는 연구를 성공시켰다. 투명망토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과학자들이 인체를 지지하는 뼈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투명인간이 되고픈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비비안 그라디나루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생명공학과 교수와 헤리티지의료연구소, 유명 생명공학기업인 암젠 등 공동 연구진은 하이드로겔을 이용해 뼈를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임상·기초과학과 관련된 논문이 실리는 '사이언스 중개의학' 최신호에 게재됐다.

 

현재 당신의 몸을 지탱해주고 있는 뼈는 10년 전 존재하지 않았다. 뼈 역시 피부세포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조직은 퇴화돼 사라지고, 새로운 조직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뼈를 만들어내는 세포와 오래된 뼈를 제거하는 세포 사이에는 섬세한 균형이 존재한다. 이 과정은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가 통제하는데 이를 '골조상세포(osteoprogenitors)'라고 부른다. 골조상세포는 뼈를 구성하고 있는 '골아세포'나 '골세포'를 만드는 데 관여한다.

 

골밀도가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골다공증과 같은 질병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줄기세포 수가 적고 뼈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아 연구가 쉽지 않았다. 줄기세포의 분포 역시 사람마다, 뼈마다 다르기 때문에 뼈를 잘라내서 내부에 있는 줄기세포를 관찰해봤자 극히 '일부'만을 알아낼 수 있을 뿐이다. 뼈를 자르면 내부에 있는 줄기세포의 3차원 형상이 무너진다. 이래저래 뼛속 줄기세포를 관찰해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구진은 뼈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내부를 보기 위해 뇌를 투명하게 보는 데 사용했던 '투명도(CLARITY)'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2013년 정광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현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당시 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기술'에도 선정된 바 있다. 그라디나루 교수 역시 당시 네이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뇌가 불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세포막을 구성하고 있는 '지질' 때문이다. 무턱대고 지질을 제거할 수는 없다. 지질은 세포의 뼈대 역할을 한다. 지질만 빼내면 세포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 당시 연구진은 하이드로겔을 이용해 세포의 모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한 뒤 지질을 제거했다. 그러자 불투명한 뇌 속이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그대로 쥐의 뼈에 적용했다. 먼저 뼈에 하이드로겔을 넣은 뒤 지질과 칼슘을 제거했다. 칼슘은 뼈를 불투명하게 보이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세제의 주원료이기도 한 계면활성제를 넣어 뼛속에 남아 있는 지질을 말끔히 제거했다. 그러자 뼛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뼛속 줄기세포를 빨갛게 보이도록 염색한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든 뒤 이 기술을 적용했다. 곧바로 뼛속에 있는 줄기세포가 훤히 드러났다. 물론 이 기술은 살아 있는 쥐에게 적용할 수 없다. 연구진은 이 기술에 '뼈 투명도(Bone CLARITY)'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암젠이 개발한 골다공증 치료제 신약을 쥐에게 투여하고 뼈 투명도 기술을 적용했다. 치료제를 투여한 쥐는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뼛속에서 줄기세포가 많이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그라디나루 교수는 "생물학자들은 뼈가 단순히 우리 몸의 지지대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며 "예를 들어 뼈에서 나온 호르몬이 뇌로 전달돼 식욕을 조절하기도 하고, 두개골과 뇌의 경계면은 신경과학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개발한 뼈 투명도 기술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의학적 발견을 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조회 수 :
154
등록일 :
2017.06.12
09:01:04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www.hfire.or.kr/17115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날짜
195 마늘, 슈퍼 박테리아 막는다 (연구) 불씨 104 2017-11-29
마늘, 슈퍼 박테리아 막는다 (연구) 마늘, 슈퍼 박테리아 막는다 (연구)   입력 F 2017.11.28 09:09 수정 2017.11.28 09:09   마늘이 슈퍼 박테리아를 막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Garlic could ward off hospital superbugs)가 나왔다. 슈퍼 박테리아는 강력...  
194 '인류에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 25년만에 업데이트 불씨 104 2017-11-14
'인류에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 25년만에 업데이트 , 연합뉴스 | Daum 뉴스   '인류에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 25년만에 업데이트   입력 2017.11.14. 00:01댓글 22개자동요약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증가, 개간, 대량 사육 등으로 생명 다양성이 파...  
193 노인, 빨리 걸어야 오래 산다 불씨 104 2017-11-08
노인, 빨리 걸어야 오래 산다 노인, 빨리 걸어야 오래 산다   입력 F 2017.11.08 09:13 수정 2017.11.08 09:13   일주일에 한번 빠르게 걷는 운동을 하면 노인 여성의 조기 사망 위험이 70%까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학 및 공...  
192 물 많이 마시면 ‘생각의 속도’ 빨라진다 불씨 104 2017-09-24
물 많이 마시면 ‘생각의 속도’ 빨라진다 물 많이 마시면 ‘생각의 속도’ 빨라진다 수분 적으면 뇌 쪼그라들어 입력 F 2010.05.21 11:04 수정 2010.05.21 14:35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뇌에서 사고기능을 담당하는 회백질이 쪼그라들어 생각하는 게 어려워...  
191 운동 효과 떨어뜨리는 식습관 3 불씨 104 2017-08-29
운동 효과 떨어뜨리는 식습관 3| Daum라이프 운동 효과 떨어뜨리는 식습관 3 코메디닷컴 | 권순일 | 입력 2017.08.29 07:56       운동을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탄탄한 몸매를 갖춘 몸짱이 되는 것이다. 몸짱을 목표로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고 트레이너의 ...  
190 노화 인정할 때 노년기 행복해진다 불씨 104 2017-08-06
노화 인정할 때 노년기 행복해진다| Daum라이프 노화 인정할 때 노년기 행복해진다 코메디닷컴 | 문세영 | 입력 2017.08.05 12:38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고도 불리는 마음 챙김.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음 챙김은 ...  
189 혹사 당해온 중·장년층 장, 100세까지 활력있게 지키는 법 ③ 불씨 104 2017-07-04
혹사 당해온 중·장년층 장, 100세까지 활력있게 지키는 법 ③| Daum라이프 혹사 당해온 중·장년층 장, 100세까지 활력있게 지키는 법 ③ 50+ 건강 리모델링 일곱 번째헬스조선 |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 입력 2017.07.03 09:08     Part 4 100세까지 튼튼한 장을...  
188 연구로 밝혀졌다… 치매 위험 높이는 '15개' 요인 불씨 103 2024-01-05
연구로 밝혀졌다… 치매 위험 높이는 '15개' 요인 이해나 기자입력 2023. 12. 27. 09:51수정 2023. 12. 27. 10:45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 15가지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영국 엑서터대와 네덜란드 ...  
187 눈 뜨기 힘든 아침… 삶의 질 높이는 모닝 루틴 4 불씨 103 2023-10-12
눈 뜨기 힘든 아침… 삶의 질 높이는 모닝 루틴 4 신소영 기자입력 2023. 10. 6. 07:00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물을 마시면 소화도 잘 되고 속이 편해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침에는 누구나 잠에서 깨기 힘들고 피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때 사소한...  
186 우정,운동, 영양제도...과유불급 건강엔 어떤 것들이? 불씨 103 2023-09-22
우정,운동, 영양제도...과유불급 건강엔 어떤 것들이? 김영섭입력 2023. 9. 19. 09:10수정 2023. 9. 19. 09:12         건강 측면에서 본 ‘과유불급’ 사례 12가지   영국 속담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일 중독은 '번아웃증...  
185 스님처럼 마음 다스리는 아침 습관 4 불씨 103 2022-05-09
스님처럼 마음 다스리는 아침 습관 4 이용재 입력 2022. 05. 07. 08:01     마음의 평정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가의 승려들에게 배울 습관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8일은 불기 2566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마음의 평정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  
184 나이 들수록 삶의 만족도 높이는 '이것'은? 불씨 103 2022-04-23
나이 들수록 삶의 만족도 높이는 '이것'은? 이보현 입력 2022. 04. 22. 15: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삶의 만족도와 뇌의 신경화학물질을 연관 짓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에서 옥시토신을 더 많이 분비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더 친절하고 ...  
183 노화를 재촉하는 음식 5 불씨 103 2021-11-29
노화를 재촉하는 음식 5 이용재 입력 2021. 11. 24. 16: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은 빨리 늙는다. 담배는 끊고 햇볕 노출은 줄일 것. 소파에 늘어져 하루를 보내는 대신 하루 30분 이상 밖에서 걷는 게 좋다. 노화를 재촉하는 음식...  
182 쿠키건강뉴스] 한국인 기대수명 83.3년..OECD 평균보다 2.3년↑ 불씨 103 2021-07-29
[쿠키건강뉴스] 한국인 기대수명 83.3년..OECD 평균보다 2.3년↑ 김성일 입력 2021. 07. 28. 11:33   한국인 기대수명 83.3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평균보다 2년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가 OECD의 ‘보건통계 202...  
181 백신 효과 높이고 싶다면 '이것' 해야 불씨 103 2021-05-09
백신 효과 높이고 싶다면 '이것' 해야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 05. 08. 14:00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고, 백신 항체도 더 잘 형성되도록 돕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백신 주사를 맞기 전 규칙적인 운동이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  
180 사망원인 '2위'.. 심장질환 예방법 5가지 불씨 103 2021-02-18
사망원인 '2위'.. 심장질환 예방법 5가지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 02. 17. 19:00 댓글 74개   자동요약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심장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소금, 설탕, 스트레스, 게으름을 피...  
179 미세먼지로부터 폐 지키기 5 불씨 103 2018-03-17
미세먼지로부터 폐 지키기 5 미세먼지로부터 폐 지키기 5   입력 F 2018.03.13 16:24 수정 2018.03.13 16:24     기온이 올라가면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악화된 대기환경은 전 세계적...  
178 사소하지만 잦은 증상들 대처법 불씨 103 2018-02-23
사소하지만 잦은 증상들 대처법 사소하지만 잦은 증상들 대처법   입력 F 2018.02.20 16:18 수정 2018.02.20 16:18     “다리에 쥐가 났다”고 할 때 쥐는 한의학적 용어로 몸의 어느 한 부분에 경련이 일어나 부분적으로 근육이 수축되어 그 기능을 일시적으로...  
177 갈등 푸는 소통 방법 7 불씨 103 2018-01-30
갈등 푸는 소통 방법 7 갈등 푸는 소통 방법 7   입력 F 2018.01.28 09:41 수정 2018.01.28 09:41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태는 갈등이 전혀 없을 때 가능하다기보다 그 갈등을 푸는 방법을 두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을 ...  
176 명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3 불씨 103 2018-01-04
명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3 명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3   입력 F 2018.01.03 07:22 수정 2018.01.03 07:22   행복감은 당뇨병, 고혈압, 자가 면역 질환 등과 관련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행복감을 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