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건강과생활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인류를 구원한 약 '페니실린' 개발 속 숨겨진 이야기

  •  
  •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 참고서적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입력 : 2018.02.14 08:00

MEDICINE 흥미로운 약 이야기

 

연구중인 의학자

 

 

페니실린의 등장과 함께 인류의 평균수명은 1950년대 50대 언저리에서 현재 80대 이상으로 늘었다. 혹자는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현재 인구 수가 절반 이하일 거라고도 말한다. 페니실린은 어떻게 개발된 것일까.

최근 80년간 세계를 바꾼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 영국문화원이 전 세계 1만 명에게 이 질문을 던졌더니, ‘페니실린 대량 생산’이 ‘www’에 이어 2위로 꼽혔다.  PC 보급, 원폭 투하, 소련 붕괴보다도 앞선 순위다.

 

인류가 세균의 존재를 알아차린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는 1855년 포도주가 자꾸 상하는 원인을 찾아달라는 양조업자들의 부탁을 받고 연구하던 중, 세균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세균이라는 원인을 찾아냈으니 이제 항생제를 개발하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많은 의사와 과학자가 여기에 달려들었다.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과 ‘프론토실’을 발견한 게르하르트 도마크도 그중 하나였다. 흔히 최초의 항생제라고 하면 페니실린을 떠올리지만, 과학계에서는 페니실린과 프론토실 가운데 무엇이 최초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논쟁을 촉발한 것은 플레밍 자신이다. 게으르면서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그로 하여금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또 스스로 페니실린을 포기하게 했다.

 

깜빡하고 넣지 않은 배양용기에 ‘우연히’ 날아든 푸른곰팡이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잘 알려진 것처럼, 순전히 우연이었다. 1929년 플레밍은 영국 세인트메리병원에서 곰팡이를 배양해 멸균능력을 지닌 물질을 분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침 플레밍의 연구실 바로 아래층에는 곰팡이로 알레르기 백신을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 실험실에서 사용한 곰팡이 중 하나가 운 좋게 위층으로 날아왔다. ‘푸른곰팡이’로 잘 알려진 ‘페니실리움 노타툼’은 연구실의 수많은 곳 중에서도 하필 포도상구균이 배양되던 플레밍의 배양용기에 가서 앉았다.

곰팡이로 오염된 부분에만 포도상구균이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플레밍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뒤다. 그는 휴가를 떠나면서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배양용기를 배양기에 넣는 대신 실험대 위에 두고 갔다. 마침 그해 여름은 다른 해와 달리 날씨가 서늘했다. 곰팡이가 증식하기 딱 좋은 기온이었다. 추가 연구를 통해 플레밍은 이 푸른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분리해내기에 이른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이 포도상구균뿐 아니라 연쇄상구균, 뇌막염균, 임질균, 디프테리아균에 항균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플레밍, 스스로 페니실린 연구 포기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플레밍은 몇 번의 실험 끝에 자신의 발견을 ‘실패’로 단정했다. 토끼의 혈액을 이용해 효과를 측정해보니 지속시간이 30분도 되지 않았고, 자신의 연구를 돕던 조수의 코 속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려고 페니실린을 발랐지만, 아무 효과도 거두지 못한 것이다. 다리를 절단한 환자에게도 발라봤는데 효과는커녕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결국 플레밍은 이듬해 5월 “곰팡이에서 얻은 물질은 항균력이 우수하지만, 몸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연구를 포기했다. 곰팡이가 항균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는 그전에도 이따금 발표됐기에 그의 연구는 다른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사장됐다.

 

영원히 묻힐 뻔한 페니실린은 10년 뒤 하워드 플로리와 언스트 카인이라는 두 과학자가 세상으로 끌어냈다. 이들은 플레밍이 시도한 페니실린 연구를 재개하기로 결심했다. 한눈에 봐도 플레밍의 연구가 너무 엉성해서, 연구를 재개하면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재분석 결과, 플레밍의 연구는 페니실린의 용량이나 투여 방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작용 시간만 측정하는 등 부족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은 플레밍의 오류를 보완해 다시 한 번 페니실린 연구에 착수했다. 곧 좋은 결과가 나왔다. 1940년 5월 동물실험에서 페니실린의 효과를 입증했고, 이듬해 8월엔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해, 그해 8월 논문으로 발표했다. 1943년에는 페니실린의 화학적 구조를 밝혀내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다.

과연 플레밍의 페니실린을 최초로 볼 수 있느냐는 논쟁은 여기서 시작된다. 페니실린의 효과는 플레밍이 발견한 지 10년이 지나 다른 사람에 의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발명한 항생제 딸에게 투여한 도마크

플레밍과 함께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독일의 세균학자 게르하르트 도마크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항생물질 개발에 몰두했다. 도마크는 세균의 세포벽에 잘 붙는 염료일수록 균을 잘 죽인다는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염료를 합성한 끝에 ‘프론토실’이 연쇄상구균을 죽이는 데 효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느 날 도마크의 여섯 살 난 딸이 바늘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열이 나고 팔이 부어오르는 등 전형적인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 도마크는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의사는 팔을 잘라내자고 했다. 도마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딸에게 프론토실을 여러 차례 먹였다. 상처는 부작용 없이 회복됐다. 이후 프론토실의 성분 자체는 세균을 죽이지 못하지만, 인체에서 ‘설파닐아미드’로 분해돼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가 1953년,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개발한 지 6년 뒤이면서 플로리와 카인이 페니실린의 효과를 증명하기 5년 전이다.

 

최초 항생제 논쟁에서 플레밍 쪽 의견이 지배적인 것은 확실하다. 노벨 생리의학상 역시 1945년 플레밍·플로리·카인이 먼저 받고, 도마크는 1947년에 받았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도마크가 플레밍에 앞선 1939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나치 정부의 방해로 도마크는 노벨상을 거부한다는 문서에 강제 서명을 해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나치 정부가 사라진 뒤인 1947년 도마크는 8년 만에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12/2018021200741.html

조회 수 :
249
등록일 :
2018.02.18
09:43:55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www.hfire.or.kr/17334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sort
831 '이 운동' 조기 사망 위험 20% 낮춘다 불씨 110 2022-03-16
'이 운동' 조기 사망 위험 20% 낮춘다 김서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3. 15. 22:00     일주일에 30~60분의 근력 운동만으로도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주일에 30~60분의 근력 운동만으로도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830 건강하게 숨 쉬는 법 5 불씨 145 2022-03-17
건강하게 숨 쉬는 법 5 이용재 입력 2022. 03. 16. 16: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건 대개 무의식적으로 벌어지는 일. 그러나 호흡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균형 잡힌 호흡은 혈중 산소와 이산화탄소 수치를 바람직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829 3년 뒤 '암 진단'을 예고하는 4가지 증상 불씨 112 2022-03-18
3년 뒤 '암 진단'을 예고하는 4가지 증상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3. 16. 11:21     객혈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년 뒤 식도암 진단을 받을 위험이 더 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은 대체로 이렇다 할 조기 증상이 없어 손쓸 수 없이 ...  
828 '노화' 늦추는 일상 속 생활습관 7가지 불씨 184 2022-03-19
'노화' 늦추는 일상 속 생활습관 7가지 김용 입력 2021. 11. 07. 11:4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화를 막을 순 없어도 늦출 수는 있다'는 말이 있다. 나이 들어 늙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지만, 노화의 속도가 유난히 빠른 사람이 있다. 장기간 잘못된 생활...  
827 상처 함부로 긁었다간.. '이 병'에 괴사까지? 불씨 218 2022-03-20
상처 함부로 긁었다간.. '이 병'에 괴사까지? 김윤섭 기자 입력 2022. 03. 13. 06:45     모기에 물린 상처를 지속적으로 긁게 되면 세균감염질환인 봉와직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미지투데이 흔히 모기에 물리면 물린 부위의 간...  
826 잠 깨자마자 '이것' 5초, 건강 효과 누려 불씨 121 2022-03-21
잠 깨자마자 '이것' 5초, 건강 효과 누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3. 16. 08:30     기지개는 효과적으로 잠에서 깨도록 돕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매일 아침 눈꺼풀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같다면, 잠에서 깨자마자 기지개로 몸을 쭉 펴...  
825 우리는 아직도 숨 쉬는 방법을 잘 모른다 불씨 199 2022-03-22
우리는 아직도 숨 쉬는 방법을 잘 모른다[경희의료원 명의토크] 강석봉 기자 입력 2022. 03. 16. 10:17 수정 2022. 03. 16. 16:59     [스포츠경향] 호흡이란 단어는 ‘내쉴 호(呼)’와 ‘들이마실 흡(吸)’으로 이뤄진다. ‘들이마신다(흡)’는 말보다 ‘내쉰다(호)’...  
824 '암 예방의 날'..암을 막는 10가지 방법 불씨 145 2022-03-23
'암 예방의 날'..암을 막는 10가지 방법 유지후 입력 2022. 03. 21. 15:36     매년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암 발생의 3분의 1은 예방 활동 실천으로 예방할 수 있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로 완치할 수 있으며, 나머...  
823 박은정 교수 "손소독제가 바이러스만 죽이는 게 아니다" 불씨 121 2022-03-24
박은정 교수 "손소독제가 바이러스만 죽이는 게 아니다" 김서영 기자 입력 2022. 03. 20. 09:01     [경향신문]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출간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가 3월 14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3년 연속 세계 피인용 상위 1% 연...  
822 아침 식사 어떻게? 공복에 나쁜 음식 vs 좋은 음식 불씨 192 2022-03-25
아침 식사 어떻게? 공복에 나쁜 음식 vs 좋은 음식 김용 입력 2022. 03. 23. 08:22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침 식사는 장시간의 공복 상태에서 먹는 첫 음식이다. 야식을 먹지 않았다면 12시간 이상 빈속을 유지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위장이 거의 비어 ...  
821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 9 불씨 289 2022-03-26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 9 이보현 입력 2022. 03. 25. 18: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구촌에서 가장 오래, 가장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흔히 '블루존'(blue zone)이라고 한다. 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지원을 받아 세...  
820 축 처지기 쉬운 시기..기운 북돋우는 방법과 식품 불씨 120 2022-03-27
축 처지기 쉬운 시기..기운 북돋우는 방법과 식품 권순일 입력 2022. 03. 25. 08: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른하고, 왠지 힘이 떨어지는 시기다. 여기에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혼란한 시국으로 인해 기분마...  
819 면역력 증강이 필수인 시기..강화법 및 식품 불씨 110 2022-03-28
면역력 증강이 필수인 시기..강화법 및 식품 권순일 입력 2022. 03. 26. 13:06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신진대사가 활...  
818 군살 빼고 근육 키우려면 '초간단 1·3·5 건강법' 강추 불씨 141 2022-03-29
군살 빼고 근육 키우려면 '초간단 1·3·5 건강법' 강추 이승구 입력 2022. 03. 28. 11:17     코로나 속 비만율 '급증'..가벼운 운동계획으로 '작심삼일' 극복 '한 정거장 일찍 내려 1km 걷기' 통해 유산소 운동·군살 제거 '플랭크 3분 버티기'..간단한 동작으...  
817 연애 실패 시, 우리 심장엔 어떤 일이? 불씨 130 2022-03-30
연애 실패 시, 우리 심장엔 어떤 일이? 문세영 입력 2022. 02. 28. 16:38     [사진=eternalcreative/게티이미지뱅크] 원치 않는 이별은 심적 고통을 일으킨다. 정신 건강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신체 건강도 해로운 영향을 받는다. 이별의 고통은 주의력, ...  
816 고령화 사회 건강한 노화를 위한 영양 팁은? 불씨 113 2022-03-31
고령화 사회 건강한 노화를 위한 영양 팁은? 이승구 입력 2022. 03. 25. 09:38     규칙적 근력운동, 근육성장 돕고 노화과정에 긍정적 충분한 단백질 섭취, 노년층의 근육 합성 등 촉진시켜 오메가-3 보충, 뇌·심장건강 지키고 신진대사 활발케 녹황색채소 섭...  
815 집에서 가능.. 초간단 전신 근육 단련법 불씨 186 2022-04-01
집에서 가능.. 초간단 전신 근육 단련법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3. 09. 01:00     집에서 맨몸으로 전신 근육 단련하는 법 운동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막상 집 밖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집에서 15분만 투자해 전신 근력을 단련해 보자. ...  
814 환절기 면역력 '이렇게' 지키세요 불씨 109 2022-04-02
환절기 면역력 '이렇게' 지키세요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4. 01. 07:30     환절기 면역력 관리를 위해서는 충분한 숙면과 스트레스 관리 등 평소 생활습관 개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쉽게 저하될 수...  
813 세균 바글한 설거지 싫다면.. 수세미 관리 '이렇게' 불씨 128 2022-04-03
세균 바글한 설거지 싫다면.. 수세미 관리 '이렇게'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4. 02. 08:00     수세미를 주기적으로 소독해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릇에 묻은 음식물 찌꺼기를 닦아내는 수세미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  
812 일교차 큰 환절기..심혈관질환 피하려면? 불씨 119 2022-04-04
일교차 큰 환절기..심혈관질환 피하려면? 이지원 입력 2022. 04. 03. 02:33     [날씨와 건강] 환절기 심혈관질환 예방하는 생활 습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20도로 크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