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나는 적절히 먹고 있을까? 답은 혈액검사지에 있다
간단한 혈액 검사로 측정 가능, 알부민 수치 정상 범위 '3.5~5.2'
4.2 이상으로 넉넉히 먹어야 건강… 간·신장질환자는 측정 불확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70)씨는 얼마 전부터 매일 저녁 식탁에 고기반찬을 올린다. 건강에 나쁠 것 같아 한동안 멀리 했지만, TV와 신문에서 건강한 노후를 위해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 몸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 같지는 않다. 김씨는 "보험이라 생각하고 먹긴 하지만, 내가 과연 적절히 먹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단백질, 과연 적절히 먹고 있을까
한국인의 일일 단백질 권장섭취량은 몸무게 1㎏당 0.8~1g이다. 몸무게가 60㎏이라면 하루 48~60g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를 모든 사람에게 일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나이와 질환에 따라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더 적게 섭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노인은 단백질의 소화·흡수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몸무게 1㎏당 1.2g 정도를, 급성·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이 능력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1㎏당 1.5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나이와 질환 외에도 적정 단백질 섭취량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다. 사람마다 영양 상태, 근육량, 소화 능력, 단백질의 체내 이용률 등에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의 양이 다르다.
◇알부민 수치로 적정 단백질 섭취량 유추
단백질의 일일 권장섭취량은 '질소균형 실험'이라는 복잡한 방식으로 측정된 결과다. 일상에서 이런 복잡한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섭취한 단백질 양은 충분한지, 단백질이 몸에서 효율적으로 잘 쓰이고 있는지 알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 적정 단백질 섭취량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다른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알부민(Albumin)'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알부민 수치는 간단한 혈액 검사로 측정이 가능하며, 건강검진 결과지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알부민이란, 혈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백질이다. 혈장에 있는 전체 단백질의 최대 70%가 알부민이다. 단백질을 섭취하면 그 양에 비례해 간에서 알부민을 만들어 혈액에 흐른다. 전문가들은 알부민이 몸속 단백질량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라고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는 "혈중 알부민 농도를 측정하면 내가 먹는 단백질 양이 적절한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부민 3.5 이하… '단백질 섭취 부족'
알부민 수치의 정상 범위는 3.5~5.2이다(단위 g/㎗).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했을 때 3.5보다 낮으면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5.2보다 높으면 과하다는 뜻이다. 알부민은 반감기가 3주 정도다. 오늘 혈액검사로 알부민 수치를 확인했다면, 이를 통해 지난 3주간 내가 단백질을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 있다.
3주가 길게 느껴진다면 '프리(pre-)알부민' 검사라는, 또 다른 혈액검사를 받는 방법도 있다. 일반 혈액검사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별도로 요청을 해야 한다. 일종의 예비 알부민으로, 반감기는 단 이틀이다. 이런 이유로 의사들이 환자의 영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프리알부민 검사를 한다. 프리알부민의 정상 범위는 19~43이다(단위 ㎎/㎗). 19 이하는 단백질 부족, 43 이상은 단백질 과다를 뜻한다.
◇알부민 4.2 이상 유지해야 입원·사망 위험 낮아
원래 알부민 수치는 간질환·신장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항목이다. 알부민 수치의 정상 범위 역시 간·신장 기능 저하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단백질을 얼마나 적절히 섭취했는지를 살필 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알부민 수치가 정상 범위(3.5~5.2)에 있더라도, 높을수록 건강했다. 일본 도호쿠대학이 진행한 이 연구에선 알부민 수치를 4.2 이상이 되도록 단백질을 조금 넉넉히 먹는 편이 건강에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면역력을 높이고, 심혈관질환·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70세 이상 노인 832명을 알부민 수치에 따라 ▲3.9 미만 ▲3.9 이상 4.2 미만 ▲4.2 이상 4.4 미만 ▲4.4 이상 등 네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을 3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입원하거나 사망한 경우를 확인했다. 그 결과, 4.4 이상인 그룹의 입원·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다. 3.9 미만인 그룹의 입원·사망 위험은 4.4 이상인 그룹에 비해 2.3배로 높았다. 3.9 이상 4.2 미만인 그룹은 1.8배로 높았다. 4.2 이상 4.4 미만인 그룹은 4.4 이상인 그룹과 차이가 없었다.
한편, 알부민 수치를 단백질 섭취량 파악의 기준으로 사용해선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간질환·신장질환을 앓거나 전신에 염증이 심한 상태라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된다. 탈수 상태거나 스테로이드·인슐린을 투약하고 있을 땐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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