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온몸 갉아먹는 입안 세균, 혈관 침투 막아라
국민일보 기사입력: 2019년.02.26 04:04
40대 남성이 지난 19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치과 검진을 받은 뒤 칫솔질 교육을 받고 있다. 치주질환을 예방하려면 타고난 건강한 치아와 잇몸, 올바른 양치 습관, 정기적인 구강검진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새해 건강약속 이것만은 꼭!] <7> 구강위생 관리 철저히
입안에는 약 700여종 세균 서식… 이들 중 일부 충치·치주질환 원인
30대 기점으로 충치 발생률 줄고 뇌졸중·혈관성치매 등 각종 질병 유발·악화시키는 치주질환 증가
충치·치주질환 등 예방 위해선 올바른 양치질·치실 사용 생활화
1년에 한 번 이상 스케일링 중요
입안에는 약 700종의 세균이 살고 있다. 잇몸이 건강한 사람이 1분 동안 가글링해 뱉은 물 안에 약 10억마리의 세균이 존재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이들 세균 중 일부가 충치와 치주질환(잇몸병)을 일으킨다.
한국인의 구강건강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만 12세 아동의 충치(치아우식증) 경험률은 점차 감소 추세이나 1인당 평균 충치 경험 영구치 수는 1.9개(2015년 기준)로 세계 평균(1.86개)보다 많다. 정부는 2020년까지 12세의 충치 경험 치아 수를 1.4개로 낮추기로 했지만 목표 달성이 쉽진 않다. 충치는 만 6세부터 늘기 시작해 20세 무렵 되면 경험률이 90%를 넘는 등 대다수 국민이 겪는 질환이어서 무엇보다 예방적 노력이 중요하다.
충치 발생률은 30대를 기점으로 낮아지고 이후에는 치주질환이 증가한다. 흔히 ‘풍치’로 불리는 치주질환 관리는 최근 구강보건 영역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970~80년대 칫솔질 등 개인구강관리가 보편화되면서 점차 줄어들던 국내 치주질환 유병률은 2013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5년 기준으로 만 19세 이상 성인 4명 가운데 1명(유병률 26.4%), 만 65세 이상 노인은 절반 가까이(48.5%)가 치주병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의 43.3%가 이로 인해 음식 씹기 불편을 호소했고 20개 이상 치아를 보유한 노인은 54.7%에 그쳤다. 반면 노인의 구강 검진율은 21.7%에 불과했다.
치주질환은 전신에 각종 질병을 만들고 악화시키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치아를 감싸고 있는 잇몸(치은)과 치아를 잡아주는 그 아래 뼈(치조골)에 염증이 생기는 것인데, 가볍게 생각하다간 온몸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국내외 연구결과를 보면 치주질환은 뇌졸중과 혈관성치매, 심혈관질환, 당뇨병, 류머티즘성관절염,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 성기능장애, 췌장암, 황반변성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치주병이 전신질환에 영향을 끼치는 경로에 대해선 잇몸 주변 세균과 그 부산물, 또 치주 병소(病巢·병터)에서 만들어진 염증 매개물질(사이토카인) 등이 혈관 안으로 침투해 혈류를 타고 다니며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안에 사는 세균이 동맥경화반(혈관내 찌꺼기 덩어리)과 심장 판막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입안의 세균이 혈관 속을 흘러 다니며 몸 곳곳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셈이다.
대한치주과학회는 “치주염이 있는 사람은 칫솔질에 의해 유해 세균의 혈관 유입 가능성이 더 커지고, 들어가는 세균 수도 (건강한 잇몸 보유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 보고들이 있다. 전신질환의 발생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머지 않아 잇몸병이 비만처럼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구강보건 전담부서인 구강정책과를 별도로 신설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통합건강팀 김진선 주임 전문원은 25일 “구강질환의 경우 다른 질병에 비해 건강보험 보장율이 낮아,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치료비 부담이 매우 크고 소득 계층 간 구강건강의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충치 및 치주질환과 그로 인한 전신질환 예방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올바른 양치질과 치실 및 치간칫솔 사용의 생활화,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스케일링(40대 이후는 6개월마다 한 번),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3~6개월마다 정기 구강검진을 지키는 것이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이 최근 유럽심장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양치질을 하루 한 번 더 하거나 스케일링을 규칙적으로 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각각 9%, 14% 감소하는 걸로 확인됐다. 다만 자신의 양치질이 바른 방법인지는 살펴봐야 한다.
치주과학회 홍보위원회는 “환자들 중에 하루 10번씩 이를 닦는데 왜 잇몸에 염증이 생기냐고 묻는 이들이 많은데, 치과에서 직접 칫솔질하는 모습을 지켜봤더니 딱 45초 닦았다”면서 “칫솔질은 횟수가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하는 게 중요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열심히 닦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북삼성병원 치과 서종철 교수는 “양치질은 ‘치아를 깨끗이 닦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치아와 치아 사이, 잇몸 틈새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빼낸다’는 의미의 양치질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좌우가 아니라 치아의 결에 따라 위·아래로 쓸어내리고 올리는 방식으로 칫솔질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최용훈 교수도 “칫솔을 잇몸 쪽으로 치면에 45도 각도로 대서 치아와 잇몸 사이에 밀어넣고 짧게 진동을 주면 잇몸 사이에 칫솔모가 깊숙이 들어가 음식 찌꺼기나 치석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333 방식’(하루 3번, 식후 3분안, 3분씩 칫솔질)의 양치질이 권장됐는데, 최근 미국치과의사협회는 하루 3번, 3분씩 양치하면 아이들의 경우 치아와 잇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면서 최소 하루 2번(아침 식사 후와 잠자기 전), 2분 이상 양치질해도 족하다는 식으로 권장 사항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칫솔이 닿지 않는 잇몸 사이와 치아 틈새의 경우 하루 한 번씩 꼭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해 이물질을 빼내야 한다. 특히 잇몸이 많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노출된 경우엔 치간칫솔로 오목한 부위를 닦아줘야 한다. 서종철 교수는 “아울러 이갈이와 이를 앙다무는 습관,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무리하게 씹는 것도 치주건강에 좋지 않으니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치로는 치석이 쌓이는 걸 100% 막을 수 없기 때문에 3~6개월에 한 번씩 치과를 찾아 자신의 구강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 19세 이상은 연 1회 스케일링에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격년으로 시행되는 무료 국가구강검진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 병원장
치주질환 초기엔 증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중증으로 진행돼서야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날 정도면 이미 잇몸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과 다름없다. 최용훈 교수는 “그래서 정기 구강검진이 중요하며 가능하면 한군데 치과를 정해 고정적으로 점검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신호철 강북삼성병원 병원장
“늘그막의 질병, 젊었을 때 불러들인것… 건강한 습관 실천이 중요”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평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요.”
강북삼성병원 신호철(사진) 병원장은 25일 “국민일보가 연초부터 보도한 7가지 주제의 ‘새해 건강약속, 이것만은 꼭!’ 시리즈는 한국인 대상 대규모 코호트(특성 공유 집단)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들로 구성됐다”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울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선택해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물 내 계단 오르내리기, 식사 때 한 숟가락 남기기, 탄산음료 대신 물과 보리차 마시기 등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런 내용들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해야 하고 조금 불편해도 감수하고 해야만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그러면서 중국의 현자인 노자가 한 말을 인용했다. ‘늘그막의 질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요. 쇠퇴한 후의 재앙은 모두가 번성했을 때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성하고 가득 찬 것을 지니고 누릴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신 원장은 “젊을 때부터 건강한 습관 형성의 중요성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병(有病) 장수시대에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의학지식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잘못된 정보는 잘못된 실천으로 이어지고 쓸데없는 두려움과 걱정을 끼쳐 결국 건강을 해치는 결정적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건강 정보 가운데는 잘못됐거나 허황된 것이 많다. 일반인이 옥석을 가리긴 쉽지 않은 만큼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아는 주치의를 정하고 꾸준히 상담받는다면 자신에게 맞는 유용한 정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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