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부터 치메까지, 당신의 몸속 세균이 하는 일
윤이경 기자 입력:2019년 4월 4일 13:45
[사진=Lightspring/rsutterstock]
인간의 장 속에는 무려 400~500 종류의 세균이 살고 있다. 풍부한 영양과 적당한 온도가 항상 유지되기 때문에 세균이 살아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120분의 1에서 12분의 1 정도로 미세한 크기지만 총수는 100조 마리가 넘고, 모두 합치면 무게가1~1.5kg에 달한다.
장내 세균은 장에 들어오는 음식물과 장의 분비액, 점액 등을 영양소로 활용해 수백 가지의 대사 물질을 만들어 낸다. 최근 각종 질환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암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 위장관, 당뇨, 비만 등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2년간 1억2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9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투입해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를 추진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세균을 비롯한 인간 몸속 미생물 유전정보 전체를 뜻한다. 우리 정부도 올해 마이크로바이옴 등 바이오 신기술 육성을 위한 규제 전반을 검토하기로 밝히면서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해균 vs 유익균
몸속 세균 중에는 건강을 해치는 나쁜 유해균도 존재하지만 몸에 이로운 유익균도 존재한다. 가장 수가 많은 것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간균이다.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많을 때는 설사와 변비가 잦거나 방귀 냄새가 독하고, 속이 더부룩하고 복부가 부풀어 오르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유해균을 모두 없앤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장내세균의 비율은 유익균 25%, 유해균 15%, 중간균 60%이다. 유익균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유해균을 억제하는 것인데, 유해균이 없으면 유익균도 활발하게 활동할 필요가 없어진다.
치매 예방, 면역력 향상에 관여하는 유익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장수하는 사람의 장에는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커스' 등의 장내세균이 보통 사람의 2~5배 발견된다고 한다. 일본 장수의료연구센터는 장내 환경이 치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치매 환자는 장내에 '박테로이데스'라는 세균이 적었고, 치매 증상이 없을 경우에는 많은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유익균은 유해균 및 바이러스, 기생충과 같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고 면역세포에게 신호를 보내 제역할을 하게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코티솔,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을 억제하며 장내 세로토닌의 생성을 돕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로,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혈액순환과 혈압상승을 일으키는 유해균
유해균이 많은 사람의 장 속에 단백질이 들어오면 유해균이 이를 분해하면서 여러가지 독소와 노폐물을 발생시킨다. 특히 '인돌'과 '스카톨'은 혈액순환 기능을 떨어뜨리고, '페놀'과 '티라민'은 혈압을 상승시킨다. 유해균 중 '푸소박테리움'은 궤양성대장염을 유발한 뒤 염증 부위의 세포를 암세포로 변환시킨다고 알려졌다.
아무리 음식을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들은 '피르미쿠트', '엔테로박터'가 그 원인일 수 있다. 일명 뚱보균으로 불리는 '피르미쿠트', '엔테로박터'는 섭취한 칼로리를 지방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유익균의 먹이는 탄수화물과 식이섬유, 유해균의 먹이는 단백질과 지방
유익균은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유해균은 단백질과 지방을 먹이로 삼는다. 유익균을 증식시키려면 탄수화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과 채소 등을 먹어야 한다. 반대로 육류 위주의 고단백·고지방식을 많이 하면 유해균이 늘어난다.
스트레스도 장내세균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호르몬인 부신피질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부신피질호르몬은 소화관 운동과 소화액 분비를 방해해 유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윤이경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kormedi.com)
출처: https://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3&cid=992749&iid=1341864&oid=296&aid=0000040790&ptype=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