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Journal] 이유없이 심장이 펄떡! 부정맥 위험신호입니다
이병문 입력 2019.08.26. 04:03
건강 기습하는 '부정맥'
환절기 온도변화, 혈류량 바뀌며
맥박수 상승..돌연사 위험까지
분당 100회 넘거나 60회 미만
심장박동 이상 땐 검사받아야
스트레스·과음도 발병 부추겨
부정맥, 교통사고 유발 원인도
고령자는 운전 중 흥분 말아야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벤처계 큰 별이었던 이민화 KAIST 교수 겸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사인이 부정맥으로 알려지면서 '부정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부정맥(不整脈)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또는 느리게,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말한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빈맥(頻脈), 느려지는 서맥(徐脈), 빠르면서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心房細動)으로 구분한다. 심장은 총 무게가 250~350g에 불과하지만 심장 자체가 만들어낸 전기자극에 의해 분당 60~100회 빠르기로 뛴다. 우리는 평소 심장 박동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흥분하거나 운동을 할 때, 또 술을 먹고 난 뒤에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낀다.
홍차, 커피를 마셔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있다. 수면이나 안정을 취하면 심박동수가 느려질 수 있다. 이는 정상적인 생리반응이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없이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거나 느리게 뛰는 경우가 있다. 마치 심장이"펄쩍펄쩍 뛰는 듯하다" "탕탕 치는 듯하다" "쿵 떨어지는 듯하다"라고 말한다. 만일 좌측 가슴속에서 심장이 한 번 또는 연달아 점프하는 듯하거나 가볍게 펄쩍 뛰는 듯한 증상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면 부정맥일 가능성이 높다. 부정맥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부정맥에서부터 전극도자절제술로 조치가 가능한 부정맥, 심장마비(돌연사)를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정맥 등 종류와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이정명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많은 환자가 부정맥이 있다는 것만 알고 지내는데, 정확한 진단명을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위험도가 다르며, 심실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바로 급사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고, 심방세동은 중풍의 위험성을 다섯 배 정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부정맥은 심장 내 정상적인 전기자극의 전달경로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다. 심장이 움직(수축)이려면 전기자극이 필요한데, 이는 우심방에 위치한 동방결절에서 형성되어 심방과 심실 사이에 있는 방실결절을 통해 심실로 전도되어 심실이 수축하게 된다. 안정된 상태에서 동방결절은 전기적 자극을 분당 60~100회 빠르기로 발생해 심실로 전달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원인에 의해 전기적 신호의 전달경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선천적인 이유도 있지만 심근경색, 심근증, 판막질환 등 질환으로 심장이 손상되거나 여러 약물, 알코올(술)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에도 후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동방결절에서 전기적 신호발생이 느려지거나 전달 경로가 차단되면 심박동수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질(서맥) 수 있다. 반대로 정상 전기적 신호전달 경로 이외 부위에서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면 심장이 예정보다 한 박자 빨리 뛰거나(조기 박동), 심박동수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질(빈맥) 수 있다. 서맥은 심장박동수가 분당 60회 미만을 뜻하며 모두 병적인 상태는 아니다. 빈맥은 분당 100회 이상 심장박동이 뛰는 경우를 말한다. 빈맥성 부정맥은 상심실성 빈맥과 심실성 빈맥으로 나뉘게 된다. 상심실성 빈맥 중 가장 흔한 부정맥이 심방세동이며 이는 전체 부정맥의 34%를 차지한다. 60세 이상에서는 1%, 69세 이상이 되면 5% 이상에서 발견된다. 부정맥은 기온과도 관련이 있다.
요즘과 같은 무더운 여름철에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고 전해질 균형이 깨진다. 그 결과로 맥박수가 올라가거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도 부정맥에 의한 돌연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년 1000명당 1~2명꼴로 사망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혈압과 맥박이 증가해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박승정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있을 때 증상과 심장의 전기적 신호이상이 관련성을 갖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심장마비·뇌졸중·교통사고도 부정맥과 관련
부정맥이 무서운 것은 심정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심정지는 심장기능이 순간적으로 정지되는 현상으로 심장의 펌프 기능이 멈추면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게 된다. 심정지가 3분 이상 지속되면 뇌가 지속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5분 이상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목숨을 잃게 된다. 심정지 원인은 크게 심실세동(心室細動·심장 아래쪽 방인 심실의 근육섬유가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질환)과 수축부전(收縮不全·심장 펌프 기능이 상실돼 수축이 안 되는 질환) 등 두 가지다. 우리나라 연간 심정지 환자는 2만5000명 정도로 하루에 68명꼴로 사망한다. 심방세동 부장맥은 뇌졸중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정보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은 뇌졸중 원인의 6~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8%가 부정맥이라는 연구논문이 미국에서 발표된 바 있다"면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옆차선에서 차가 끼어들면 갑자기 긴장되어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중장년층,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는 본인이 모르지만 부정맥 환자일 경우 도로에서 갑자기 흥분하거나 열을 받게 되면 증상이 악화되어 사고를 일으키거나 심장마비로 돌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부정맥 주로 심전도검사로 진단, 치료법 다양
부정맥은 주로 심전도검사로 진단한다. 정상인은 심전도검사에서 일정한 파형을 그리지만, 부정맥이 발생할 경우 심전도 모양이나 리듬이 바뀌어 부정맥 존재 여부와 종류, 원인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맥은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나타나거나 잠복할 수 있어서 1회 검사로 판단하기 어렵고, 경중 또한 진단하기 어렵다.
부정맥 발현 빈도에 따라 24시간 생활심전도(홀터검사)나 삽입형 루프 기록기 등을 이용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기도 한다. 24시간 심전도 검사는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짧은 시간 갑자기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부정맥 진단에 도움이 된다.
부정맥 치료는 약물(항부정맥제), 인공심박조율기(제세동기 삽입), 전기적 심율동전환(직류전기충격 치료),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외과적 수술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약물치료는 주로 심장맥박이 빠르게 뛰는 빈맥성 부정맥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성 부정맥을 치료하는 약제는 아직 없어 주로 인공심장박동기 이식술을 적용하고 있다.
◆ 응급 상황 대비 가족 모두 심장마사지법 숙지를
이 같은 질환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환자가 적절한 혈압치료와 관상동맥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당뇨병, 고지혈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병의 발생을 늦출 수 있다. 또한 일부 부정맥은 스트레스, 과로, 과도한 음주, 카페인(커피) 섭취, 흡연과 연관돼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특히 알코올은 부정맥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맥 환자는 충분히 안정된 상태에서 와인 1잔 또는 2잔 정도 가능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 튀긴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또 환자 가족은 응급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심장마사지법을 숙지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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