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vs 자연지능
강민경 입력 2020.02.21. 09:30
대중 릴레이강좌로 3년째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압구정아카데미 신년 강의주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지적 열망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인공지능시대가 만드는 급격한 변화 앞에 마주선 두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인간 고유역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미래교육혁신모델인 ‘OECD Learning Framework 2030’에서는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서 20세기 교육의 틀은 더 이상 학생들이 미래에 직면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와 자기 주도성의 의미를 제시한 바 있다.
20세기 컴퓨터혁명으로 시작된 인류 문명이 21세기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200년간 지속되어온 공교육 프레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프랑스 네텍스플로 연구소는 유네스코과 공동으로 인공지능기술이 인간의 의사결정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세계적인 석학과 CEO들의 위기감도 적지 않다. 다보스포럼에 참가했던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계와는 다른, 인간에게 고유한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으며, 유발 하라리 교수는 “문제는 아무도 정서 지능이나 정신적 회복 탄력성, 학습 능력과 같은 역량을 대규모로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회장은 자녀들에게 14세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집안에서 디지털 스크린 없이 지내는 시간을 두도록 하고 있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라며 가문의 교육법을 강조했다. 구글의 내면검색프로그램을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례컨퍼런스인 ‘위즈덤 2.0’의 핵심 주제로 동양 명상이 손꼽이는 이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존할 인류 첫 세대’라는 지구촌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역량을 이끌어내야 하는가. 지금 인류사회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 혹은 방법’이라는 ‘교육(Education)’이란 기제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는 시점이다.
중국의 한 대학에서 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CRISPR)를 통해 세계 최초로 에이즈 면역력을 가진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며 생명윤리 논쟁을 불러일으켰듯이, 인공지능시대의 출현이 인간 고유역량에 대한 시대적 관심을 갖게 만들 것임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결국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이라는 뇌에 대한 주목, 나아가 인간 뇌의 특별함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지능이란 무엇일까. 국제사회에서 아직 공통적으로 정리된 바는 없지만, 인류 미래의 키워드인 뇌의 올바른 이해와 활용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려온 국제뇌교육협회가 유엔글로벌콤팩트에 제출한 지속가능성보고서 슬로건으로 ‘인간의 내적역량 계발을 통한 휴머니티 회복’으로 제시하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원하는 변화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인간이 가진 다양한 능력 중에서 성공적 수행과 성과에 이르게 하는 내재적 특성으로 그러한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 태도, 가치관, 자아의식 등 개인의 행동적, 심리적 요인을 망라한다.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을 비롯해 정신적 회복탄력성, 인내와 용기, 자기주도성과 사명감, 영감과 통찰 등이 인간 내적 역량에 포함된다.”
바야흐로 자연지능 계발이 미래 인적자원계발의 핵심기제로 부상하는 시점이다.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
출처: https://news.v.daum.net/v/20200221093012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