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이 부부에게 미치는 영향
김창엽 입력 2020.05.07. 16:45
[오마이뉴스 김창엽 기자]
부부가 언쟁을 벌일 때, 어느 한쪽이 상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주장을 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언쟁은 격화되지 않고, 손을 붙잡고 호소하거나 고집 피우는 이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 두 젊은이가 축제에서 서로 껴안고 있다. 부부 사이에서 섹스와 무관한 터치가 많을수록 대체로 상대에 대해 만족도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
ⓒ 아만다 모건(위키미디어 커먼스) |
말을 통한 소통이 유달리 발달되고 비중 또한 큰 게 사람들의 경우라지만, 사람들 또한 '터치'는 무의식중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뉴욕 빙햄턴 주립대학 연구팀은 섹스와 무관한 부부 사이의 터치, 예를 들자면 포옹하거나 손을 잡거나 토닥이는 등의 행위가 부부 사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일상생활에서 '스킨십'이 많은 부부는 상대에 대한 (섹스 무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학 사만사 왜그너 교수팀은 만 18세 이상의 부부 184쌍을 대상으로 앞쪽이나 뒤쪽에서 껴안기, 손잡기 등등 호의적 터치가 부부 사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손찌검이나 주먹다짐 혹은 불쾌해서 뿌리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터치는 물론 배제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 부부를 고르는 데 있어 호르몬 치료를 받는 사람, 생리 영향에 놓인 여성, 임신이나 수유 중인 임산부 등은 제외했다. 이들의 경우 평상시와는 터치를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 결과는 보통 사람들이 예상할만한 대로 나온 것도 있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었다. 예컨대 평소 스킨십이 많은 부부는 그렇지 않은 커플들에 비해 서로 많이 만지고 몸의 접촉이 있을수록 부부 사이도 만족도도 비례해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천성적으로 타인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거나 접촉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마저도 최소한 부부 사이에서만큼은 상대가 터치해주면 싫어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폐증 같은 경우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누군가 터치해주는 걸 극히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폐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에 남이 손을 대는 걸 꺼리는 사람들 또한 드물지 않다.
이번 연구에서 미묘한 대목은 터치에 적극적인 유형의 아내와 남편의 반응이 좀 다르게 나타난 부분이다. 적극적인 남편들은 아내가 덜 터치 해주면 사이가 좀 멀어지는 것으로 느꼈다. 하지만 터치를 좋아하는 아내들은 남편의 터치가 충분하지 않아도 부부 사이의 만족도가 이렇다 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았다.
왜그너 교수는 "터치 만족도와 부부 사이 만족도에 관계가 분명히 있긴 한데, 여자들에게서 불만족도는 좀 미묘한 양상으로 나타났다"며 "그게 무엇인지 추후 연구를 통해 조금 더 세밀하게 파고들어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이 좀 더 표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적절하게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우호적인 터치가 더 자주 있어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