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다 갑자기 '핑'..여름철 저혈압 주의보
임지훈 기자 입력 2021. 07. 16. 07:00
혈관 확장되고 수분은 땀 배출
혈류 약해지면서 혈압 떨어져
7~8월 저혈압 진료 가장 많아
먼저 원인 질환 찾아 치료해야
평소 운동·금주 등으로 예방을
#. 경기 일산동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8)씨는 최근 집에서 3살 아이를 돌보다 크게 다칠 뻔한 경험을 했다. 거실 한 켠에서 공기청정기를 밀어 넘어뜨리려는 아이를 제지하려고 일어 나려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다행히 거실 바닥에 아이용 매트가 깔려 있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박 씨는 “다른 사람보다 혈압이 낮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신까지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넘어지면 뇌진탕을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나도 나지만 내가 정신을 잃으면 아이도 위험할 수 있어 더 걱정”이라고 전했다.
여름은 저혈압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계절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열을 발산하기 위해 혈관을 확장 시키는 동시에 혈액 속 수분을 땀으로 배출한다. 피가 흐르는 통로인 혈관은 늘어 나는데 그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혈액의 양은 줄어 든다. 자연히 혈류는 약해지고 혈관에 가해지는 혈류의 압력인 혈압은 덩달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에서 특히 여름에 혈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저혈압이 여름 불청객이라는 것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진료 인원을 월별로 분석한 결과 예외 없이 매년 7~8월이 가장 많았다. 추운 겨울 진료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수준이다. 지난 2019년의 경우 진료 인원이 2월 2,713명에서 8월 5,756명으로 늘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공단의 2011~2015년 자료를 활용해 살펴본 결과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병원 방문 저혈압 환자 수가 1.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혈압은 수축기 혈압 90㎜Hg 미만, 이완기 혈압 60㎜Hg 미만이면서 무력감·어지럼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진단된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혈압이 낮아 체내 장기에 혈액이 덜 전달되는 탓이다. 심하면 시력 장애, 우울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별도로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일어서는 등 갑자기 자세를 바꿀 때 일시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는 저혈압의 유형이 있는데 이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구분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두통·현기증·눈 앞 흐려짐 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심할 경우 졸도를 유발하기도 한다.
열 발산을 위한 혈관 확장, 땀 배출로 인한 혈액 양 감소 외에도 저혈압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허혈성 심장 질환에 의한 심장 박동 기능의 저하 △판막 기능 저하에 의한 심장 혈액 박출량 감소 △심장의 박동수 저하 및 부정맥, 심장 막 염증 발생 △임신 △출혈 △알레르기에 의한 쇼크 △식사 △고혈압 약제의 복용 등이 주요 저혈압 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저혈압 증상이 지속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찾는 것이다. 심근염, 심근경색증 등 저혈압 원인 질환이 분명하다면 물론 그 질환의 치료가 우선이다. 치료가 필요한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체중 조절, 금연 및 절주 등이 저혈압 예방법이다. 식사 후 많은 양의 혈액이 소화기계로 몰려 다른 장기로 가는 혈액 양이 줄어 발생하는 식후 저혈압의 경우 식사를 조금씩 하고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시적 혈압 강하로 인한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수면 시 머리를 15~20도 정도 올린 상태로 자거나 일어날 때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여러 차례 들어올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재윤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두부거상, 즉 머리를 포함한 상체 부위를 하체보다 높게 한 상태로 잠 자리에 들면 신장관류가 감소해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이 활성화하게 된다”며 “이 시스템이 활성화하면 저혈압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