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건강과생활

돈보다 힘셌다…하버드가 무려 84년 연구한 '좋은 인생' 조건

김선미입력 2023. 2. 9. 05:00수정 2023. 2. 9. 06:30

 

 

 

“한밤중 아프거나 두려움이 밀려올 때 연락할 사람이 있습니까? 없다면 아마 당신은 지금 고독한 상태일 겁니다. 외로움은 담배만큼이나 몸에 해롭습니다.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만나자고 하세요. 당신의 건강과 행복은 이것에 달려있습니다.”

로버트 월딩어 박사는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좋은 인간 관계″라고 말했다. 사진 TED 캡처


무려 84년 동안 ‘좋은 인생’의 비결을 좇은 연구가 있다. 1938년 하버드 의대 성인발달 연구팀은 당시 만 19세였던 하버드 학부 2학년생 268명을 모집했다. 이후 보스턴시 빈민가 지역의 10대 후반 456명을 추가해 모두 724명의 삶을 정기적으로 추적·관찰했다. 대조적인 두 집단의 삶은 저마다 흘러갔지만, 이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된 결과가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재산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과의 따뜻한 관계’라는 것.

로버트 월딩어(72) 하버드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같은 연구 내용을 집대성해 지난달 책 『굿 라이프(The Good Life)』를 발간했다. 월딩어는 2005년부터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역대 네 번째 책임자다. 그는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인간 관계는 몸과 마음 모두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며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헬스클럽을 찾는 것처럼, 관계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간관계, 정신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

연구팀은 두 집단의 건강 상태, 재산 규모, 가족·친구 관계, 종교, 정치 성향 등을 추적했다. 의료 기록, 재산 목록 등 자료를 수집하고 수백 건의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이후 이들의 자녀 중 1300여 명도 연구 대상에 포함했다. 방대한 연구 끝에 연구팀은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경우 더 건강하고 만족도 높은 삶을 산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장·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고, 기억력과 면역체계도 좋았다. 그는 “처음엔 연구팀도 인간 관계가 심혈관 질환이나 관절염에 영향을 준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며 “이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가설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성인 발달 연구'의 연구 대상이었다. 사진 JFKN 도서관 홈페이지


월딩어는 외로움이 흡연만큼이나 건강에 독(毒)이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중년은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과 염증 수치가 더 높았고 뇌 기능도 비교적 떨어졌다.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스트레스를 통제할 힘이 생기고, 이때문에 몸도 건강해진다는 게 가장 근거 있는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대상 중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들은 정신적 충격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편지를 써준 친구와 동료 군인 등을 꼽았다. 그는 “하버드의 연구는 미국 남성에 국한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전 세계 다양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돈·명예보다 질 좋은 인간관계가 더 중요

월딩어 교수는 "돈이나 명예는 행복의 근원적인 요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진 가디언 캡처


경제적 안정은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지만, 근본적인 비결은 될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일정 수준부터는 돈이 행복감을 높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월딩어는 연 수입이 7만 5000달러(당시 약 8670만원)를 넘으면, 그 이후엔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2010년 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당시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 9288달러(당시 약 8009만원)였다. 그는 “아끼는 사람과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느냐보다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또 소셜 네트워크(SNS)도 상호작용하는 데 사용된다면 행복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소비한다면, 오히려 불행해지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로버트 월딩거 박사가 동료 마크 슐츠와 펴낸 책 『굿 라이프(Good Life)』. 사이먼앤슈스터 제공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할까. 월딩어는 주변에 먼저, 그리고 가볍게 다가가라고 조언한다. 그는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아도 된다”며 “정치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슈퍼마켓 계산원이나 버스 운전기사와 웃으며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월딩어는 51년 미국 아이오와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로스쿨 출신이었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사업을 벌였지만 일을 좋아하진 않았다. 그는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해야 행복하다는 걸 그때 배웠다”고 말했다. 연극을 좋아했던 그는 한때 배우를 꿈꿨지만 자질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진로를 바꿨다. 의대에 진학해 평소 관심 있던 정신 의학 분야에 발을 들인 그는 행복에 대한 연구를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그의 2015년 테드(TED) 강연은 조회 수 4400만을 넘기며 인기 강의 10위 안에 들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출처: https://v.daum.net/v/20230209050043777

조회 수 :
274
등록일 :
2023.02.10
07:06:26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www.hfire.or.kr/309950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날짜
2778 명상, 스트레스 혈당 모두 낮춘다 불씨 279 2017-06-01
명상, 스트레스 혈당 모두 낮춘다| Daum라이프 명상, 스트레스 혈당 모두 낮춘다 코메디닷컴 | 권순일 | 입력 2017.06.01 09:20     마음을 치유하는 명상 훈련을 하면 공복 혈당을 조절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치유 명상은 미...  
2777 운동 중 흘린 땀, 눈에 들어가도 문제 없나요? 불씨 278 2023-04-03
운동 중 흘린 땀, 눈에 들어가도 문제 없나요? 이슬비 기자입력 2023. 3. 30. 08:30       땀과 함께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면 시력 저하, 각막 혼탁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동할 때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 눈으로 들어가...  
2776 몸의 기둥 척추 '견갑골 돌리기'로 바로 세우자 불씨 277 2020-01-07
몸의 기둥 척추 '견갑골 돌리기'로 바로 세우자 헬스조선 편집팀 입력 2020.01.05. 08:00     우리 몸의 중심 척추가 비틀어지면 전신 균형이 무너지면서 각종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를 바로 세우려면 상체 근육을 단련시키는 게 도움이 된다. ...  
2775 면역력 높이고, 毒 정화도.. 혈액이 몸속에서 하는 일 불씨 277 2018-08-31
면역력 높이고, 毒 정화도.. 혈액이 몸속에서 하는 일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8.31. 14:10 수정 2018.08.31. 14:20   혈액이 깨끗해야 건강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정작 혈액이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  
2774 항상 피곤하면 의심해야 할 병 5 불씨 277 2018-01-31
항상 피곤하면 의심해야 할 병 5 항상 피곤하면 의심해야 할 병 5   입력 F 2018.01.31 07:44 수정 2018.01.31 07:44   불면증과 수면 부족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바쁜 일상과 화려한 밤 문화, 스마트 기기의 사용 등이 피로를 가중시키는 원...  
2773 사우나가 건강에 좋은 이유 (연구) 불씨 277 2018-01-07
사우나가 건강에 좋은 이유 (연구) 사우나가 건강에 좋은 이유 (연구)   입력 F 2018.01.06 11:07 수정 2018.01.06 11:07   사우나가 중간 강도의 운동만큼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턴핀란드 대학교 연구진은 사우나가 심혈관 기능에 미...  
2772 운동 전후, 똑똑하게 음식 먹는 법 불씨 277 2017-11-21
운동 전후, 똑똑하게 음식 먹는 법 운동 전후, 똑똑하게 음식 먹는 법   입력 F 2017.11.19 11:50 수정 2017.11.19 11:50   운동을 할 땐 단백질을 꼭 먹어야 한다는 막연한 상식, 하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면 운동 전에 먹어야 할지, 끝나고 먹어야 할지, 구체...  
2771 가정의학과 교수가 말하는 '생활 속 면역력' 높이는 방법 불씨 277 2017-07-25
가정의학과 교수가 말하는 '생활 속 면역력' 높이는 방법| Daum라이프 가정의학과 교수가 말하는 '생활 속 면역력' 높이는 방법 헬스조선 |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 입력 2017.07.24 14:41 | 수정 2017.07.24 14:45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습도까지 높...  
2770 사망으로 가는 급행열차, 노인 낙상 최대한 손 짚어 엉덩방아 피해야 불씨 276 2017-11-30
사망으로 가는 급행열차, 노인 낙상 최대한 손 짚어 엉덩방아 피해야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사망으로 가는 급행열차, 노인 낙상 최대한 손 짚어 엉덩방아 피해야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lhn@chosun.com /사진 셔터스톡, 헬스조선 DB /도움말 원장원(...  
2769 손에 대장균 있을 확률? "100% 입니다" 불씨 276 2017-06-04
손에 대장균 있을 확률? "100% 입니다"| Daum라이프 손에 대장균 있을 확률? "100% 입니다" 헬스조선 | 헬스조선 편집팀 | 입력 2017.05.31 11:32 | 수정 2017.05.31 11:35     손에 식중독을 유발하는 대장균군(群)이 항상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2768 소금물, 치실..입안 염증 대처법 5가지 불씨 275 2019-10-21
소금물, 치실..입안 염증 대처법 5가지 권순일 입력 2019.10.20. 13:15     [사진=metamoworks/shutterstock]     입안 조직에 생기는 염증 즉, 구내염이 생기면 즐겨 먹던 매운 음식을 포기해야 하고 양치질 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혀나 잇몸, 입술과 볼 안...  
2767 일주일에 2번 요거트 먹은 男.. 놀라운 효과 <연구> 불씨 275 2019-06-25
일주일에 2번 요거트 먹은 男.. 놀라운 효과 <연구> 홍예지 입력 2019.06.24. 10:05   '대장암의 씨앗' 선종 생길 위험 '뚝'   [사진=픽사베이] /사진=fnDB   요거트를 일주일에 2번 이상 섭취하면 대장에 선종이 생길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대장암 예방에 효과...  
2766 밥 먹고 먹어야지 하고 '깜빡'..식전‧후 관계없이 약 드셔도 됩니다 불씨 275 2019-06-24
밥 먹고 먹어야지 하고 '깜빡'..식전‧후 관계없이 약 드셔도 됩니다 유수인 입력 2019.06.22. 06:00   약 거르면 증상 급작스레 악화돼.. 알람 설정해 복약해야   사진=픽사베이     복약순응도가 낮은 만성질환자들은 대체로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 약을 ...  
2765 뇌 건강에 가장 좋은 운동(연구) 불씨 275 2019-05-21
뇌 건강에 가장 좋은 운동(연구) 권순일 입력 2019.05.21. 07:05   [사진=Pavel1964/shutterstock]     달리기 같은 고강도의 유산소운동이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마이애미대학교 공동 연구팀...  
2764 "대장암 검진, 80세 넘으면 이익 보다 불이익 더 커" 불씨 275 2019-02-13
"대장암 검진, 80세 넘으면 이익 보다 불이익 더 커" 김지혜   입력: 2019년 2월 13일 13:18 대장암 검진.[중앙포토]     80세가 넘으면 대장암 검진을 통해 생존기간이 연장되는 이익에 비해 검진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한 불이익이 더 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  
2763 무더위 오기 전 알아둬야 할 '더위 대처법' 불씨 275 2018-06-22
무더위 오기 전 알아둬야 할 '더위 대처법'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무더위 오기 전 알아둬야 할 '더위 대처법'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8.06.20 11:01     조선일보 DB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이 평년(23.6℃)보다 비...  
2762 함께 먹으면 毒 되는 영양제 '3가지' 불씨 275 2017-09-19
함께 먹으면 毒 되는 영양제 '3가지' | Daum 뉴스 함께 먹으면 毒 되는 영양제 '3가지'   이기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9.18. 16:50 수정 2017.09.18. 16:50댓글 294개자동요약 몸에 좋다고 여겨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  
» 돈보다 힘셌다…하버드가 무려 84년 연구한 '좋은 인생' 조건 불씨 274 2023-02-10
돈보다 힘셌다…하버드가 무려 84년 연구한 '좋은 인생' 조건 김선미입력 2023. 2. 9. 05:00수정 2023. 2. 9. 06:30       “한밤중 아프거나 두려움이 밀려올 때 연락할 사람이 있습니까? 없다면 아마 당신은 지금 고독한 상태일 겁니다. 외로움은 담배만큼이나...  
2760 천천히 몸 망가뜨리는 만성염증.. 없애는 법 불씨 273 2022-02-02
천천히 몸 망가뜨리는 만성염증.. 없애는 법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1. 24. 07:00     평소 너무 몸을 안 쓰거나 식사를 너무 적게 해도 염증이 생긴다. 체내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서 체내의 염증 물질을 몸 밖으로 잘 배출하지 못해서다./클립아...  
2759 아침 '기지개'가 주는 건강 효과, 이렇게 많다고? 불씨 273 2020-06-16
아침 '기지개'가 주는 건강 효과, 이렇게 많다고?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6.14. 08:00   아침마다 기지개를 켜면 잠에서 잘 깨고, 밤사이 굳은 근육도 풀어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침마다 피로감에 일어나기 어렵다면, 몸을 쭉 펴는 기지개를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