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건강과생활

건강의 시작 ‘입속 세균 관리’

헬스조선 편집팀입력 2023. 9. 13. 15:50수정 2023. 9. 13. 16:30
 

 

 

 


사람들은 아침에 깨면 가장 먼저 뭐부터 할까? 필자는 양치부터 한다. 텁텁한 입안을 깨끗이 한 후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의식하든 않든, 밤새 입안에서 증식한 입속 세균을 향한 행위이다. 구강은 ‘가장 좋은 세균배양기’라고 한다. 온도, 습도, 영양소 등에서 세균들이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라서다. 특히 자는 동안에는 침이 나오거나 음식을 먹지 않으니, 침과 음식에 의해 입안이 씻겨나가는 자정작용(自淨作用, self cleansing)이 없다. 자는 동안 더 좋은 세균배양기가 된 구강은 세균과 그들이 만드는 가스로 가득 찬다. 이것은 아침에 느끼는 텁텁함의 원인이다

입속 세균에 대한 구체적 모습은 1881년 밀러(MD Miller)란 미국 치과의사 과학자에 의해 포착됐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파스퇴르와 코흐(R. Koch)라는 걸출한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연구해, 이른바 ‘미생물학의 황금기’가 펼쳐지던 때이다. 콜레라 같은 질병이나 와인의 발효 등이 보이지 않는 미생물, 세균이나 효모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도 이때에 밝혀졌다. 코흐와 함께 연구하던 밀러는 이런 흐름을 타고, ‘구강은 감염의 중심이다(The Human Mouth as a Focus of Infection)’ 제목의 논문 포함, 164편의 관련 문헌을 발표한다. 입속 세균이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등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밀러의 경고는 일상생활에서 하루 세 번 칫솔질이 보편화하는 계기가 된다. 193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 의학계에서는 밀러의 경고를 이어받은 ‘병소 감염론(Focal intection theory)’이 크게 성행한다. 병소 감염론이란 구강과 편도 등의 세균이 류마티스 심혈관질환 암 정신질환 등등 우리 몸 곳곳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한다. (Rocca, Fornaini et al. 2020). 병소 감염론을 믿는 의사들은 조금이라도 염증의 소견이 보이는 치아나 잇몸이라면 무조건 발치해서, 감염의 초점(focus)을 없앨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1950년 무렵까지 성행하던 병소 감염론, 초점 제거 술식(발치, 편도제거 등)은 보다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그러든다. 동시에 보다 일상화된 하루 세 번의 잇솔질은 구강병을 좀 더 예방 가능하게 해 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량생산을 시작한 항생제의 의학적 사용이 감염과 입속 세균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가능하게 한 것도 병소 감염론을 수그러들게 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다 21세기 벽두에 시작된 미생물학의 혁명(Revolution of microbiology)은 장내세균과 함께 입속 세균을 재조망하고 있다. 20세기 배양에만 의존하던 세균의 정체 밝히기(identification)를 넘어 유전자 분석 시대로 넘어오니, 과거에는 몰랐던 어마어마한 세균, 미생물이 우리 몸에 서식하고 있음이 선명해진 것이다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우리 몸에 상주하는 공존 세균의 숫자가 38조 정도로 우리 몸의 세포보다 더 많다 ▲공존 상주 세균의 유전자 숫자는 우리 몸의 유전자보다 수백 배 더 많다. 그만큼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능력이 다양하다 ▲과거에는 무균의 공간이라 생각했던 건강한 사람의 폐, 유방, 전립선 등등은 물론, 혈관, 뇌, 태반 등에서 정상적으로 상주 세균이 존재한다 ▲그 상주 세균의 역할은, 간혹 기회감염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 몸의 지킴이(소화 촉진, 면역증진), 교육자(면역 생성), 연결자(구강-장-뇌 축) 등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은 미생물과의 공존체, 통생명체(holobiont) 라는 것이다. (김혜성 2019)

우리 몸 전체의 상주세균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흔해진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를 의미하는 안티바이오틱스(anti-bio)와 정반대의 말이다. 내 몸을 향한, 유익한(pro) 세균 섭취를 통해 내 몸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미생물학의 혁명적 인식변화, 통생명체적인 인식이 없었으면 출현하지 못했을 건강식품이다.  

미생물학의 혁명은 입속 세균에 대한 경고로 확대된다. 위산(gastric acid)이라는 우리 몸의 살균장치를 아직 통과하지 않은 입속 세균은 위산이라는 검색대를 이미 통과한 장내세균에 비해 유해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입속에는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주포켓(periodontal pocket)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가 잘 관리되지 않으면 평생 구강 유해균이 그곳에 쌓인다. 치주포켓 하방에는 결합 상피(Junctional epithelium)라는 누수되기 쉬운 매우 취약한 공간이 있어서, 입속 세균이 바로 혈관으로 들어가 균혈증(bacteremia)을 일으키는 잇몸 누수(leaky gum)가 일어난다. 치주포켓처럼 취약하고, 평생 세균이 쌓일 수 있는 공간은 우리 몸 전체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미생물학 혁명 진행과 함께 입속 세균이 구강 외에도 여러 만성질환과 심근경색이나 암, 치매 같은 21세기 의학적 난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진다. 대표적으로 입속 세균 푸소박테리움은 대장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된다. 입속 세균 진지발리스는 알츠하이머나, 췌장암 등의 위험인자로 부각되고 있다. 혈관을 막는 플라크를 세균유전자 분석기법으로 보면, 거기엔 수많은 입속 세균이 움트고 있다. 

밀러의 경고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병소 감염론의 재도래 하는 듯하다. 장내세균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장누수증후군에 시달린다. 입속 세균, 구강 유해균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잇몸누수증후군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건강의 시작은 입속 세균 관리다. 

Park, D.-Y., J. Y. Park, D. Lee, I. Hwang and H.-S. J. C. Kim (2022). "Leaky Gum: The Revisited Origin of Systemic Diseases."  11(7): 1079.

Rocca, J.-P., C. Fornaini, Z. Wang, L. Tan and E. Merigo (2020). "Focal Infection and Periodontitis: A Narrative Report and New Possible Approaches." International Journal of Microbiology 2020: 8875612.

김혜성 (2019).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파라사이언스.

/기고자: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이사장

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

 

 

출처: https://v.daum.net/v/20230913155050780

조회 수 :
108
등록일 :
2023.10.11
07:04:46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www.hfire.or.kr/310078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날짜
386 환절기 면역력 '이렇게' 지키세요 불씨 109 2022-04-02
환절기 면역력 '이렇게' 지키세요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4. 01. 07:30     환절기 면역력 관리를 위해서는 충분한 숙면과 스트레스 관리 등 평소 생활습관 개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쉽게 저하될 수...  
385 생활 속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식생활 지침 불씨 109 2022-03-07
생활 속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식생활 지침 입력 2022. 03. 04. 16:35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재택이나 원격수업, 자가격리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배달이나 포장 음식으로 식사하는 가정도 많이 늘어났다. 보...  
384 코로나, 이 미친 바이러스와 어떻게 살아야 하죠? [OTT네비] 불씨 109 2021-08-23
코로나, 이 미친 바이러스와 어떻게 살아야 하죠? [OTT네비] 김소연 입력 2021. 08. 22. 12:01     넷플릭스 '익스플레인:코로나바이러스를 해설하다' 세계 뒤흔든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로나19 백신 전쟁부터 팬데믹 일상까지   /사진=넷플릭스 '익스플레인: ...  
383 주변에 '이런 사람' 있으면.. "뇌 나이 4년 어려" 불씨 109 2021-08-20
주변에 '이런 사람' 있으면.. "뇌 나이 4년 어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 08. 18. 08:00     주변에 좋은 말동무를 두면 인지 능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주변에 좋은 말동무를 두면 인지 능력 저하를 ...  
382 관절 건강 지키는데 좋은 방법 7 불씨 109 2021-08-19
관절 건강 지키는데 좋은 방법 7 권순일 입력 2021. 08. 18. 08:1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절은 뼈와 뼈가 연결되는 부분을 말한다. 그러나 운동학적으로는 주로 가동 관절, 즉 윤활 관절(활막 관절)을 의미한다. 윤활 관절은 관절 안에 윤활액이 차 ...  
381 남은 여름 잘 보내려면..주의해야 할 6가지 불씨 109 2021-07-18
남은 여름 잘 보내려면..주의해야 할 6가지 권순일 입력 2021. 07. 17. 19:06     [사진=게티이미지뱅크]앞으로 몇 주간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철 더위는 인공구조물이 많은 도시지역에서 더욱 심하다. '바이스닷컴' 등의 자료를 토...  
380 호불호 갈리는 '우유'..아직은 건강식으로 사랑받아 불씨 109 2021-06-23
호불호 갈리는 '우유'..아직은 건강식으로 사랑받아 이승구 입력 2021. 06. 22. 18:27   비타민‧미네랄‧단백질‧지방‧항산화 성분 등 다양한 영양소 보고 예로부터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칼슘 등 풍부해 뼈 건강에 최고 어린이의 '체중 증가 방지' 효과..다양...  
379 코로나 백신, 전 국민 무료 접종..백신 선택권 없다 불씨 109 2021-01-28
코로나 백신, 전 국민 무료 접종..백신 선택권 없다 문세영 입력 2021. 01. 28. 14:49댓글 5개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우리 국민이 맞을 코로나 백신 5종 해외 임상 결과           독일의 질병관리청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산하 예방접종위원회는 ...  
378 춥고 탁하고..겨울철 호흡기 건강법 5 불씨 109 2020-12-14
춥고 탁하고..겨울철 호흡기 건강법 5 권순일 입력 2020.12.13. 14:06 댓글 1개 자동요약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사진=torwai/gettyimagesbank] 요즘 같은 겨울철은 차갑고 건조한데다 실내외 온도차...  
377 긴 연휴, 자칫했다간 투병신세 . . . 건강한 명절 나기위한 TIP 불씨 109 2019-02-02
긴 연휴, 자칫했다간 투병신세 . . . 건강한 명절 나기위한 TIP 이헤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9년 2월 1일 13:15 명절에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데, 기름진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면 위장 소화 능력이 떨어져 위식도역류를 유발할 수 있다./사진=클립아...  
376 버려야 할 스트레스 습관 5 불씨 109 2018-02-19
버려야 할 스트레스 습관 5 버려야 할 스트레스 습관 5   입력 F 2018.02.11 10:22 수정 2018.02.11 10:22   주변 소음, 높은 노동 강도, 금전적 어려움과 같은 외적 요인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이 같은 외적 요인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  
375 무심결 하는 행동·습관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 5가지 불씨 109 2018-02-14
[카드뉴스] 무심결 하는 행동·습관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 5가지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무심결 하는 행동·습관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 5가지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br.lee@chsoun.com   사진 헬스조선DB   입력 : 2018.02.10 09:00 ...  
374 찬바람에 약해진 척추·관절, 나이대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 불씨 109 2018-02-01
찬바람에 약해진 척추·관절, 나이대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찬바람에 약해진 척추·관절, 나이대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   헬스조선 편집팀  입력 : 2018.01.26 10:33     겨울에는 척추과 관절 유연성이 떨어져서 부상 위...  
373 5년간 베개를 안 빨았더니 속눈썹에서... 불씨 109 2017-12-22
5년간 베개를 안 빨았더니 속눈썹에서... 5년간 베개를 안 빨았더니 속눈썹에서...   입력 F 2017.12.21 10:25 수정 2017.12.21 10:25     언제 마지막으로 베개를 빨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당장 베개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자. 최근 베개 세탁을 오랫동안 ...  
372 겨울철 관절 건강 지키는 노하우, 알고 넘어가자 불씨 109 2017-11-16
겨울철 관절 건강 지키는 노하우, 알고 넘어가자 | Daum 뉴스 겨울철 관절 건강 지키는 노하우, 알고 넘어가자   입력 2017.11.16. 17:40댓글 0개자동요약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올 해도 어김없이 '수능 한파'가 찾아왔다. 하지만 젊은층이라고 해서 피해 ...  
371 암 발생 원인 2위는 음식, 1위는? 불씨 109 2017-10-17
암 발생 원인 2위는 음식, 1위는?| Daum라이프 암 발생 원인 2위는 음식, 1위는? 코메디닷컴 | 권순일 | 입력 2017.10.16 13:56     담배가 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10명의 암환자 중 4명은 생활습관의 변경을 통해 예방이 가능했던 것으...  
370 같은 부위, 비슷한 증상.. 헷갈리는 질환 8가지 불씨 109 2017-09-18
같은 부위, 비슷한 증상.. 헷갈리는 질환 8가지| Daum라이프 같은 부위, 비슷한 증상.. 헷갈리는 질환 8가지 건강 톡톡헬스조선 |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 입력 2017.09.18 08:00     가장 많이 아픈 부위는 배다. 하지만 복통과 관련된 질환은 100개가 넘는다...  
369 여름철 관절염을 예방하는 방법 8 불씨 109 2017-08-11
여름철 관절염을 예방하는 방법 8| Daum라이프 여름철 관절염을 예방하는 방법 8 코메디닷컴 | 권순일 | 입력 2017.08.10 10:48       관절은 기압과 습도, 온도 변화 등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여름에도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대기...  
368 새로 산 옷, 안 빨고 입다간… 피부에 ‘발암물질’ 묻히는 셈? 불씨 108 2024-06-16
새로 산 옷, 안 빨고 입다간… 피부에 ‘발암물질’ 묻히는 셈? 임민영 기자2024. 6. 13. 14:36       새 옷에 있는 포름알데히드 성분과 아조아닐린 성분은 각종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새 옷을 사면 한 번 입은 뒤 빠는 사람들이 있...  
367 "벌써 34도? 몸도 뜨거워진다!"...더울 때 체온 '이렇게' 조절하라 불씨 108 2024-06-12
"벌써 34도? 몸도 뜨거워진다!"...더울 때 체온 '이렇게' 조절하라 임종언2024. 6. 11. 16:04       고온에서 몸이 열받으면 기능 이상...폭염 속 몸 이상반응 나타나면 즉시 휴식, 수분섭취해야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11일 대구는 낮 기온이 34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