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덜 늙고 더 건강하려면?...‘2023 노화 연구 돌아보기’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노화를 늦추는 하나의 방법이다. fizkes/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해 대한민국 중위연령은 45.5세로, 나날이 그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 중위연령은 전 국민을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를 의미한다.
이처럼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노화와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은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2025년 전망)로 진입하기 바로 전해로, 초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때다. 돌아오는 새해 건강 관리를 위해 올해 발표된 노화 관련 연구들을 돌아본다.
지난 10월 칠레 데무코대 연구팀은 ‘국제스포츠영양&운동대사저널’에 85세 이후 저항운동을 시작해도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저항운동은 흔히 ‘무산소운동’ 또는 ‘근력운동’이라고 부르는 근육 강화 운동이다. 연구팀은 주 3회 12주간 저항운동을 통해 65~75세 노인은 물론 85세 이상에서도 근육량, 근력, 신체활동이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설명이다
수분 섭취 또한 건강 및 노화와 연관이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올해 초 ‘e바이오 메디슨’에 성인 1만1255명의 건강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수분 섭취가 적은 사람은 혈중 나트륨 수치가 높아지고 만성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생물학적 노화와 연관된 징후를 더욱 많이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 수분 섭취가 부족한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 역시 높아졌다. 적정한 수분 섭취는 건강을 지키고 노화를 지연시키는 중요한 조건이다.
건강한 식습관 또한 노화를 늦추는 전략이다. 지난 9월 ‘신경학’에 실린 미국 러시대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지중해 식단은 뇌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녹색 잎채소를 많이 먹는 지중해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낮았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연관이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는 병리 현상이 덜 일어났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중해 식단에 포함되는 올리브오일 또한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가 지난 7월 미국영양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매일 7g 이상 올리브오일을 섭취하는 사람은 전혀 섭취하지 않는 사람보다 치매로 사망할 위험이 25% 감소했다. 마가린이나 마요네즈를 올리브오일로 대체했을 땐 사망 위험이 최대 14% 감소했다. 이는 올리브오일에 있는 항산화 성분이 심뇌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일 또한 아니다. 국제학술지 ‘노인학저널’ 2024년 1월호에 실릴 예정인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뇌과학과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노인들이 젊은 성인보다 부정적인 생각에 덜 휘말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간단한 온라인 과제를 해결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연구참여자들의 사고를 체크한 결과, 젊은 성인들은 과제를 진행하는 동안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노인들은 부정적인 생각에 주의가 산만해지는 경향이 낮았으며 결과적으로 더 좋은 과제 수행 결과를 보였다. 나이가 들면 ‘긍정적 편향‘을 통해 부정적인 정보에 매몰되는 경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올해 발표된 연구들을 통해 향후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노화 연구 분야들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일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신체기관별 노화 속도가 각기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자신의 몸에서 생물학적 나이가 특히 많은 부위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의학적 개입을 통해 해당 부위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연구팀은 전기자극을 통해 노인의 근감소증을 완화하는 치료 방법을 찾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는 동물실험을 통해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단백질 투여 전략을 발견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항노화 효과가 있는 약물 후보물질을 찾는 연구도 진행됐고, 노화를 역전시키기 위한 회춘 연구들도 진행 중이다. 단기간 획기적인 노화 역행 기술이 탄생하긴 어렵지만, 젊음을 되찾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듯 ’현대판 불로초‘ 찾기는 지속될 예정이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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