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이유 암 검진 소홀히 하면 안돼… 개인 맞춤형 필요
[신호철의 ‘건강하게 나이들기’] ⑩ 노인들의 건강검진
“부모님이 치매에 고령인데 암 검진이 꼭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기준은 있지만 일부 노인은 불필요하게 암 검진을 자주 받는다. 뇌졸중·심장질환·치매 등 만성질환으로 삶의 질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암 검진이 정서적, 경제적으로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이 아닌 경우도 흔하다.
의학적으로는 나이 자체가 암의 위험 요인이고 나이 들수록 암의 발병 위험은 커진다. 우리나라도 60대 이상에서 암이 여전히 사망 원인 1위이고, 폐암 간암 대장암 순위로 높다. 평균 수명이 긴 서구 사회에서는 고령일수록 암 발병이 늘고 80대 넘어서 발생률이 최고에 달한다는 최근 보고도 있다
하지만 노인들은 암 증상에 둔감해서 초기 증상 이후 암이 진단되는 기간이 나이 들수록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초기 치료를 하고 생존율도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노인들도 암 검진을 통한 수명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암 검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들의 암 검진이 그리 단순하진 않다. 고령인만큼 암 검진으로 인한 부작용, 암의 초기 치료를 잘 견딜 수 있는 건강 상태, 수명이 단축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의 동반 여부가 고려돼야 한다. 암을 조기에 진단해도 큰 이득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암 검진의 효율성에 대한 근거 부족을 이유로, 75세 이상에서는 암 종류에 따라 정기적인 암 검진이 권고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 같은 저울질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수명 연장, 삶의 질, 본인 의지 등에서 균형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많은 노인이 여명을 기반으로 고령층에서 암 검진을 중단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노인들이 고령을 이유로 암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 맞춤형으로 검진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나이는 물론이고 가족력이나 생활습관 같은 위험 요인, 검사와 암 치료 시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견딜 수 있는 건강 상태, 암 치료 시 연장되는 기대 여명, 본인의 암 검진에 대한 의지 등을 잘 고려해서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신호철 전 강북삼성병원장·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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