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더위, 아무도 모르게 심장 근육 죽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날이 더우면 혈관이 넓어진다. 혈관이 넓어지면 혈류량도 늘어난다. 이러면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혈액의 양이 감소해 저혈압과 함께 뇌의 산소가 부족해져 실신하거나 현기증 및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다만 노인이나 관상동맥질환을 앓는 사람은 혈류량 변화로 인한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심근경색 환자가 약 20% 늘어나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급성 심정지 발생률은 1.3%씩 증가한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은 더위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혈류량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평균 연령 28세의 건강한 성인 20명 ▲평균 연령 67세의 건강한 노인 21명 ▲평균 연령 70세의 관상동맥질환을 앓는 노인 20명 총 61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런 다음 실험실에서 이들의 심부온도가 1.5도 오를 때 까지 고온의 환경에 노출시켰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심부온도가 0.5도 상승할 때마다 PET-CT로 관상동맥 혈류량을 측정했으며 심박수와 혈압도 꾸준히 모니터링했다.
측정 결과, 심부온도가 증가할 때마다 관상동맥 혈류량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심부온도가 1.5도 증가하자 ▲건강한 젊은 성인의 관상동맥 혈류량은 0.8mL/min ▲건강한 노인은 0.7mL/min ▲관상동맥질환을 앓는 노인은 0.6mL/min 증가했다. 이는 심부온도가 오르기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2.08배 1.79배, 1.64배 증가한 수치다.
연구팀의 사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을 앓는 노인 7명(35%)만 ‘무증상 심근허혈’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혈류량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아 심장근육이 산소를 공급받지 못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무증상 심근허혈은 흉통 등의 증상 없이 영상결과상 심근허혈 소견이 보이는 상태를 뜻하며 심근경색 유발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연구의 저자 다니엘 개그넌 박사는 “극심한 더위에 우리 몸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혈관의 직경 등을 조절하지만 관상동맥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그 능력이 떨어져 큰 위험을 겪을 수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오르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예방 전략을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내과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Copyright ©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