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시 - 이어령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에서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내려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 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 같은 날개를 주소서
이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내용 일부 줄였습니다)
유튜브 채널 / 워터피아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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