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건강 습관 지키면, 10년은 더 팔팔하게 산다
현재 생활이 20년 후 건강 좌우
최소 3주 매일 반복해야 습관 돼
'스쿼트 한번' 등 작은 목표로 시작
가랑비에 옷 젖듯 단계적 변화를
━
헬스PICK
새해 소망 중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건강이다. 2021년 신축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무리 건강한 신체를 타고나도 늦잠 한 번, 폭식 한 끼, 소주 한 잔 등이 쌓이면 몸이 견디지 못한다. 건강은 올바른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건 누구나 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장기적이고 막연한 건강 습관 계획은 입으로만 외치는 가벼운 결심일 뿐이다.
건강한 삶은 매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 만드는 결과다. 지금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고, 언제 자는지 같은 평소 생활습관이 20년 후 건강상태를 결정한다. 술·담배를 즐기면 세포 돌연변이로 암 발병 위험이 커지고, 먹는 것에 비해 덜 움직이면 몸이 뚱뚱해지면서 고혈압·당뇨병 같은 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쉽다. 반대로 매일 같은 시간 자고 꾸준히 운동하면 신체 활력이 좋아져 건강 수명이 늘어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라이프스타일 코칭 클리닉 김선신 교수는 “좋은 생활습관은 전신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생활일기 써 문제적 습관 파악
사소해 보이는 습관의 힘은 강력하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미국 건강직업후속연구(HPFS)에 참여한 미국 남성 3만 8000여 명에 대한 28년치(1986~2014) 관찰 데이터와 간호사건강연구(NHS)에 참여한 미국 여성 7만 3000여 명의 34년치(1980~2014) 관찰 데이터를 토대로 건강에 좋은 생활 습관과 건강 수명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금연 ▶금주 ▶운동 ▶건강한 식단 ▶적정 체중 유지 등 5가지 건강 습관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질환·당뇨병·암 등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이 남성은 12년, 여성은 14년 길었다(영국의학저널·2018).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는 평생 건강을 지키는 건강 습관을 만들기 좋은 때다. 나에게 필요한 건강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를 통해 현재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문제적 습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막연하게 ‘일찍 일어나고 싶다’라거나 ‘살을 빼고 싶다’는 등의 모호한 목표는 습관화하기 어렵다. 어떤 행동이 문제인지를 알고, 대안을 제시하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늦잠이다. 원격수업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전 8시 50분까지 침대에 누워있다 허겁지겁 하루를 시작한다. 규칙적인 일상이 흐트러지면서 어두운 밤에는 잠을 자고, 밝은 낮에는 활동하는 몸 속 생체시계도 교란된다. 점점 더 늦게 일어나면서 밤낮이 바뀔 수 있다. 생활습관 일기로 빠른 상황 파악과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둘째는 단계별 습관화다. 건강을 지킨다고 잘 안 먹던 채소를 억지로 입에 밀어넣고, 그동안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한두 시간씩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하루 이틀 미루다 작심삼일이 된다. 몸에 밴 습관을 바꾸려면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김선신 교수는 “처음엔 사소할 정도로 작은 목표로 한 가지만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건강 습관 만들기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특정한 행동을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도록 뇌에서 기억하고 습관화하는데 최소한 21일이 걸리고, 새로운 습관을 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몸에 배기까지 평균 12주가 필요하다. 일단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변화가 익숙해지도록 노력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킬 수 있는 정도의 강도가 적당하다. 운동하기로 결심했다면 사소하더라도 반드시 지킬 수 있는 ‘매일 스쿼트 한 번 하기’부터 시작하는 식이다. 초반 운동량을 늘릴 때도 작게 나눈다. 스쿼트를 한 번에 15회씩 하기보다는 5회씩 3세트로 분할한다. 평소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면 4층 이하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타는 등 생활 속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매일 작은 변화로 조금씩 건강해진다.
셋째는 습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굳은 의지로 담배를 끊겠다고 각오를 다져도 스트레스나 주변의 방해·유혹에 약해지기 쉽다. 좋은 습관이 되는 행동을 지속하는 힘을 유지하려면 주변의 환경 조건을 의도적으로 바꿔야 한다. 일종의 습관설계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담배·라이터 등은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고 흡연자와의 자리는 피한다.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일찍 잘 수 있도록 땅거미가 질 때부터 간접 조명을 사용해 집안을 어둡게 만들고, 침대 위에서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주은연 교수는 “어둠은 뇌에서 이제 잘 시간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채소 섭취량을 늘리고 싶다면 냉장고에 여러 종류의 채소를 골고루 많이 사서 채워 놓고 매 끼니 챙긴다.
실패 자책 말고 매일 새롭게 시작
넷째로 보상이다. 처음에는 각오를 다지고 건강 습관 만들기에 열심이지만 금방 지겹고 지친다. 보상은 습관 정착을 위한 좋은 자극제다. 행동 그 자체가 즉각적인 보상으로 연결되면 가장 좋다. 매일 일찍 일어났다면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거나, 가까운 거리를 택시 대신 도보로 이동해 교통비를 아꼈다면 바로 통장에 입금해 잔고 변화를 확인한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서 습관 만들기에 긍정적인 감정도 얻을 수 있다. 보상과 연계해야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반응하고 움직이는 습관 정착까지 수월하게 도달한다.
마지막은 실패를 섣부르게 단정하지 않는다. 한두 번 실수했다고 이제는 못한다고 지나간 시간을 자책하면 나를 바꾸기 어렵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김선신 교수는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날이니 오늘을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습관을 바꾸려면 행동을 바꿔야 하고, 행동을 바꾸려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오늘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서 습관을 만든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