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⑤어느 청년의 노인체험 프로젝트| Daum라이프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⑤어느 청년의 노인체험 프로젝트
경향신문 | 헬스경향 이나영 객원기자 | 입력 2017.04.10 10:11
[경향신문]
이나영 객원기자
부산시가 2월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공개한 ‘노인의 마음’이라는 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다.
65세 이상 노인이 15.5%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가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세대 간 소통을 유도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한 20대 청년은 80대 노인으로 특수분장한다. 몸에는 노인체험용품을 착용하고 무겁고 불편해진 몸으로 거리를 나선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짧은 신호에 힘들어하고 버스승차를 기다려주는 기사에게 감동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커피숍에서는 소외감도 느낀다. 공원에서는 어르신과, 대학교정에서는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도 한다.
얼마 전 기자도 한 체험관에서 노인체험을 했다. ‘생애체험복’이라는 것을 착용하자 팔꿈치와 무릎관절이 바로 불편해졌다. 또 팔과 다리는 체험복에 달린 모래주머니로 무겁기만 했다. 백내장용 고글까지 쓰고 나니 “아이고~ 힘들어!” 소리가 절로 났다.
노년기(老年期)는 생애의 한 과정이다. 노년기에는 노화로 인한 신체변화가 많이 일어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척추디스크 수축으로 신장이 작아지고 백내장과 녹내장발병률이 높다. 청각은 손상되고 반응속도도 50%까지 감소한다. 기억력도 감퇴한다.
특히 노년기에는 우울증을 겪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총 68만 명 중 65세 이상이 33%로 우울증환자 3명 중 1명은 노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질병, 배우자의 죽음 등이 그 원인이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로까지 이어진다. 2015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노인자살률은 전체자살률의 2배로 OECD국가 중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이제 노인으로 사는 기간은 과거에 비해 훨씬 길어졌다. 1960년대만 해도 평균수명은 약 53세로 환갑잔치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칠순잔치는 물론 구순잔치도 흔한 일이 됐다. 평균수명은 갈수록 늘고 고령사회는 이미 코앞에 다가왔다. 따라서 정부대책은 물론 개인차원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노년기에 대한 대비는 건강, 주거, 재무 등 다양한 분야를 고려해야한다. 시작은 노인에 대한 이해다. 노인의 일상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노인체험프로그램은 노화가 진행되며 생기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고려해 구성된다. 체험복을 입은 채 주거공간에서 활동해보면 건강 관리나 고령친화주거 등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된다.
노후자금 설계 역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부터 서민층을 대상으로 무료 금융자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에서는 노후자금컨설팅도 제공한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3.8%다. 대략 국민 7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이번 부산시 영상에 출연한 청년의 노인체험소감은 한마디로 “외롭다”였다. 노인분장 후 받은 시선이 너무 차갑고 사회에서 동떨어진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이 청년은 이번 노인체험을 통해 가슴 한편에 지니고 있던 노인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박해일의 10시간에 가까운 노인분장으로 유명한 영화 ‘은교’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 나이듦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제는 고령사회가 내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민 7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에 그들의 마음은 어떤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정리 유대형 기자
<헬스경향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