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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중 뇌파조절, 기억력 2배 높인다.. 쥐 실험으로 증명| Daum라이프

수면중 뇌파조절, 기억력 2배 높인다.. 쥐 실험으로 증명

헬스조선 |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입력 2017.07.07 11:37

 

수면 중 나오는 뇌파를 조절하면 학습 기억력을 약 2배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헬스조선]수면 중 뇌파를 조절하면 기억력을 2배 정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사진=IBS 제공

 

[헬스조선]수면 중 뇌파를 조절하면 기억력을 2배 정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사진=IBS 제공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팀은 수면 중에만 나타나는 세 가지 종류의 뇌파가 동시에 발생, 동조 상태를 이루면 학습한 내용의 장기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장기 기억은 감각을 통해 몇십 초간 머무는 단기 기억과 달리,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몇 분 전 상황부터 몇 십 년 전의 일까지 과거의 모든 경험을 말한다. 장기 기억은 수면과 관련이 크다. 학습 후 잠자는 동안 학습에 대한 기억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숙면을 돕는 '수면방추파(수면 중 간뇌의 시상 부위에서 발생하는 발생하는 뇌파)'가 기억 형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수면방추파와 장기 기억 간의 정확한 인과 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IBS 연구팀은 대뇌피질의 '서파(Slow oscillation)'와 해마의 'SWR파(Sharp wave ripples)'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파로 알려져 있는 것에 착안, 이 세 가지 뇌파가 상호작용할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빛을 받으면 나트륨 이온 채널을 여는 '채널로돕신(녹조류가 빛에 반응하는 데 필수적인 청색광 수용체 단백질)'을 생쥐 간뇌의 시상 신경 세포에 넣었다. 이후 생쥐 머리에 꽂은 광케이블을 통해 빛으로 수면방추파 발생을 유도하는 광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했다.

 

IBS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특정 공간에서 30초 동안 특정 소리를 들려주다가 마지막 2초간 전기 충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기충격에 대한 공포 기억을 심었다. 그런 다음, 생쥐가 잠을 자는 동안 한 무리에게는 대뇌 피질의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춰 광유전학 자극으로 수면방추파를 유도하고, 다른 생쥐에게는 서파 발생 시기와 상관없이 다른 시점에 수면방추파를, 또 다른 생쥐에게는 수면방추파를 유도하지 않았다. 24시간이 지난 뒤, 이 세 종류의 생쥐를 두 가지 상황에 각각 배치했다. 하루 전 공포를 느꼈던 똑같은 공간에 소리 자극은 없는 상황(A)와 전날과 전혀 다른 공간에 소리는 들리는 상황(B)이다. 상황 (A)에서 공포를 느낀다면 전기 충격을 받은 환경 요소(공간, 온·습도, 냄새 등)와 전기충격의 연관성을 기억하는 것이므로 해마에 의한 장기 기억에 해당한다. 상황 (B)에서 공포를 느낀다면 전기충격과 직결되는 청각적 자극과 전기충격과의 연관성을 기억하는 것이므로 해마에 의존하지 않는 기억에 해당한다.

 

공포를 느낄 때 바짝 얼게 되는 생쥐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같은 공간에 소리가 없는 상황 (A)에 처한 세 종류의 생쥐 중, 대뇌피질의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한 생쥐가 얼어붙는 행동을 보다 긴 시간 강하게 보이며, 다른 생쥐보다 공포에 대한 기억을 2배 가까이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황 (B)에 처한 세 종류의 생쥐들은 공포 기억을 떠올리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상황 (A)가 해마에 의존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대뇌 피질의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춰 빛을 통해 수면방추파를 유도한 자극이 해마의 장기기억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IBS 연구팀은 세 종류 뇌파의 분포 양상을 분석한 결과, 대뇌 피질의 서파가 나타나는 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하면 해마의 SWR파가 동원돼, 결국 이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되는 비율은 수면방추파를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출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뇌피질의 서파 발생에 맞춰 수면 방추파를 유도했던 생쥐가 공포에 대한 기억을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 뇌파의 동조현상이 증가해 해마에서 생성된 학습 정보를 대뇌피질의 전두엽으로 전달, 장기기억이 강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반대로 공포에 대한 기억 회상을 줄이는 실험도 수행했다. 광유전학 방법으로 시상의 뉴런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억제하게 되면 기억을 떠올리는 정도가 줄어든다. 이때도 서파와 수면방추파, SWR파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게 되었을 때, 즉 이 세 뇌파의 동조현상을 깨뜨릴 때 가장 효과적으로 공포 기억의 회상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장기 기억의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종류의 뇌파 간 구체적인 상호작용을 밝혀낸 데 의의가 있다. 신희섭 단장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뇌에 광유전학 케이블을 삽입하여 뇌파를 조정했지만,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뇌파를 조정할 수 있다면 언젠가 학습기억 증진을 도모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6일 '뉴런'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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