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닥쳐올 질병, 우전체 분석 통해 예측 가능"
김병호, 입력: 2018년 12월 12. 04:06
유전체 진단·분석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황태순 대표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 분석해 질병은 물론 미용 관리도 가능
日에 암 치료백신 합작사 세워의료 빅데이터 시스템 수출도
바이오 제약업체인 테라젠이텍스는 회사명에 유전자를 뜻하는 '젠(Gene)'이 들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사람 유전체(유전자+염색체)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체 진단과 분석을 하는 바이오연구소 부문과 직접 의약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제약사업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광교 테크노밸리 사무실에서 만난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대표이사(사장·51)는 2014년 뒤늦게 합류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 대표들이 주로 의학이나 생명과학 전공자인 것과 달리 황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했고, 국내외 IT 기업에서 일했던 색다른 이력을 가졌다. 그는 테라젠이텍스에 오기 직전 미국 시스코시스템스 컨설팅본부 아시아 총괄이사를 12년간(2002~2014년) 지냈다. 테라젠이텍스가 IT 전문가인 황 대표를 선택한 이유는 유전체 분석사업이 사람들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를 토대로 통계적인 질병 가능성 진단과 맞춤형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IT 기업들이 신성장 분야로 바이오 쪽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이오가 IT와 접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유전체 분석사업이 고령화 시대를 맞아 IT 최강국인 한국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고령화가 되면서 노인 진료비가 2060년이면 390조8000억원으로 급증하는데 이는 2016년 정부 예산보다 많은 액수입니다. 노인 환자 진료비가 2014년에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4%였다면 2060년에는 6.57%까지 올라가요. 급증하는 치료비용을 줄이려면 예방 쪽에 무게를 둬야 하는데 그럴려면 내가 무슨 병에 걸릴지 예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그게 바로 유전체를 분석해 질병 유발인자를 미리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시도하면서 2035~2038년 미국인 100만명의 유전체를 파악해 노인 진료비 급등에 따른 가계 모라토리엄을 막겠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체(Genome)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친 것으로 23쌍의 인간 염색체에는 2만5000개 유전자와 그 속에 30억쌍의 DNA가 들어 있다. 유전체 분석이란 결국 세포→염색체→유전자→DNA 흐름에서 가장 기단에 있는 DNA를 해독해 질병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황 대표는 유전체 분석의 적용범위가 본인에게 닥칠 특정 질병을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게 맞는 화장품이나 약 등을 고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암과 만성질환, 신체특징, 약물반응 등 4가지 정보를 알 수 있어요. 만성질환은 당뇨나 치매, 고혈압 같은 거죠. 약물반응은 사람마다 약에 대한 민감성에 차이가 나는 것인데 유전자를 정확히 분석하면 각자 맞춤처방이 가능해지죠. 같은 두통약을 먹고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 것도 유전자 속에 내재된 약물 반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신체 특징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주름 예방이나 색소침착 등 본인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테라젠이텍스는 이 같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 예측을 해보는 '헬로진'과 '진스타일'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개인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유전체 검사를 의뢰하면 환자 유전자를 채취 분석해 질병 가능성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반인이 병원을 가지 않고 간략한 유전체 검사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법상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으면 유전체 검사가 불가능하지만 일명 '소비자 직접 의뢰(DTC)' 검사를 통해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피부노화 등 12가지 분야, 46개 유전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테라젠이텍스 같은 전문업체가 검사해준다. 황 대표는 "우리 회사는 건기식 전문업체와 제휴를 맺고 해당 제품 소비자들을 상대로 유전체 검사를 해준다"면서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질병 가능성 정보와 이를 막기 위해 어떤 영양소를 섭취해야 할지 등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유전자 진단키트를 구입해 자신의 질병 가능성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면서 "DTC는 일반인이 종합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미래에 닥칠 질병을 막아 가정을 지키고, 국가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의미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DTC를 통한 유전자 진단분석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좀더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 요인을 파악했다면 이에 맞는 개인 맞춤형 치료도 가능할까. 업계에 따르면 불필요한 특정 유전자를 없애는 일명 '유전자 가위'는 아직 국내외에서 기술적 장벽과 윤리적 이유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른 치료대안이 없는 매우 심각한 질병에 한해 유전자 가위가 적용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전체 진단을 치료로까지 연결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테라젠이텍스는 최근 암 치료백신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일본 제약사와 도쿄에 합작회사를 세워 유전체 분석에 따른 맞춤형 암 치료백신 투여 작업을 하고 있다. 매달 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하는데 격주로 10회 주사를 맞으면 치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암 환자 개개인에게서 발현되는 특징적인 신규 종양항원(Neoantigen)을 파악한 뒤 그 특정 항원에 대해 공격력을 갖도록 체내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원리다.
특히 초기 암을 발견하기 위해 환자 혈액 속을 떠다니는 DNA 조각을 분석하는 '액체생검'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암조직에서 떨어져나온 조각을 찾아내 암 유무와 함께 본인에 맞는 항암제를 찾아준다"면서 "초기 암환자들에게 개발 중인 암백신을 투여해 치료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테라젠이텍스는 전 세계 4번째, 국내 최초로 '인간 게놈 지도' 완성 등 그동안 입증받은 유전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 제공하는 시스템을 일본에 수출했다. 최근에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발굴하거나 신약 후보물질의 적정 적응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0년간 유전체 업계에서 분석능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맞춤형 신약, 의료 빅데이터 등 향후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융합 의료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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