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비밀, ‘만성염증’과 ‘허약'
KBS NEWS 입력: 2019년 1월 22일 07:00
“오래 살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하면 당연히 'Yes'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No”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래 살아봤자 추해지기만 하지...병들고 늙어 봐요. 얼마나 초라한지...거기다 돈까지 없어 봐요.”
의학기술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 등으로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장수를 두려워하는 걸까?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소설 속에도 비슷한 고민이 나온다. ‘불멸의 인간(스트룰드브루그)’에 관한 얘기다. 걸리버는 오래 살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90세가 되면 그들은 이와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다. 음식의 맛을 구별할 수 없지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맛도 모르고 식욕도 없으면서도 먹고 마신다. 그들의 지병은 악화되거나 차도를 보이지 않은 채 여전히 계속된다. 말을 할 때 그들은 사물의 일반적 명칭과 사람들의 이름, 심지어는 가장 친한 친구들, 가장 가까운 친척들의 이름조차 잊어버린다.”
KBS 시사기획 창은 2019년 새해를 맞아 ‘신년특집-100세 시대- 나는 늙지 않는다’를 방송한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노화의 비밀과 예방책’을 소개 한다.
1. 100세인 혈액 검사...“건강할수록 CRP 수치 낮아”
KBS는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리산 장수 벨트(구례, 곡성, 순창, 담양)’ 지역의 건강한 100세인들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했다. 검사항목은 모두 16개. 고지혈증과 간기능, 신장 기능 정상여부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만성염증 검사’. CRP 즉, ‘C 반응성단백(mg/L)’의 수치를 통해 몸속의 만성염증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CRP의 정상범위는 5이하인데, 105살 김복성 할아버지의 경우 0.5, 104살 유삼순 할머니는 0.2를 기록했다. 정상범위보다 훨씬 밑도는 수치이다. 건강장수와 CRP 즉 만성염증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2. 만성염증이란 무엇일까?
국내 100세 연구 대가인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염증인자들이 늙어 가면 (만성)염증 수치도 함께 증가한다”며 “학계에서는 노화의 원인 가운데 만성염증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만성염증이란 무엇일까? 상처가 났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급성염증’과 달리 ‘만성염증’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나타나는 ‘불필요한 염증’으로 동맥경화, 당뇨, 암, 치매 등의 원인이 된다.
일본 게이오대 100세 종합연구소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일본 치바 현에 사는 102살 건강한 할머니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CRP 즉 만성염증 수치가 0.3에 불과했다.
3. 만성염증은 왜 생기는 걸까?
일본 게이오대 연구팀은 세포노화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뇌나 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포는 분열을 하다 죽는 사이클을 반복하지만 자외선이나 방사선, 산화물질 등을 많이 쬐이게 되면 DNA가 파괴되면서 죽지 않고 다른 성질로 바뀐다. 문제는 이 물질이 염증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나쁜 물질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또 노화된 세포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세포까지 점점 파괴시면서 몸 전체로 염증을 확산시킨다.
4. 만성염증의 확산과 예방책은?
만성염증이 확산되면 가장 먼저 몸이 허약해진다. 흔히 나이가 들면 ‘기력이 약해졌다“ ”힘이 없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허약(Frailty)' 이라고 정의한다.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 허약 단계를 극복해야만 건강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빨리 맞이한 일본에서는 40살에서 75살까지를 자립, 80살까지를 허약체질, 90살까지를 허약화, 그리고 그 이상은 요양이나 간병이 필요한 상태로 분류한다.
일본의 한 연구자가 일본 내 고령자 5천 7백여 명을 20년 동안 추적한 결과, 남성은 72살부터, 여성은 이보다 3년 빠른 69살부터 건강이 나빠졌다. 전문가들은 이 ‘허약 곡선’을 ‘건강 곡선’으로 바꾸는 것이 고령사회의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성공적인 노후 방법으로 다음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심각한 질병은 피하자.
둘째,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하자.
셋째,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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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기자 kdhong@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