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10cm 보폭 넓히면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입력 2019.12.24. 15:01
10cm 넓은 걸음은 운동 수단---천연 우울증 치료 수단이기도
(시사저널=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2020년 새해를 맞아 여러 가지 결심이 있겠지만 단연 1위는 건강일 것이다.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내년 건강을 책임질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인 비법을 2회에 나눠 소개하겠다. 그 비법은 '걸을 때 보폭을 10cm만 넓혀보자'다. 보폭을 10cm 넓힌 것뿐인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필자는 3가지 변화로 정리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① 건강하고 활기차진다.
일본인 내과의사 나가오 가즈히로 박사는 현대인이 고통받고 있는 질병이 대부분 걷는 양이 부족해 생긴다고 주장한다.
걷지 않아 생기는 질병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치명적인 퇴행성 뇌질환뿐만 아니라 치명적이지는 않아도 현대인을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역류성 식도염, 변비, 소화불량까지 포함된다. 그러면 반대로 많이 걸으면 건강이 좋아질까? 맞는 말이지만 '잘 걸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굽은 등으로 터벅터벅 걷는다면 건강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바른 자세로 힘차고 보폭을 넓혀 걸어야 건강해진다.
② 젊고 아름다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보폭은 줄어든다. 반대로 보폭을 넓혀 젊은 사람처럼 걸으면 실제로 젊어진다.
우리가 걷는 것은 한 발로 서기의 연속 동작이다. 보폭이 넓다는 것은 한 발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발로 오랫동안 지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위는 소뇌와 엉덩이 근육이다.
소뇌의 기능이 좋아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고, 엉덩이 근육 특히 중둔근이 강해야 골반이 빠지지 않고 한 발로 오래 지탱할 수 있다. 소뇌와 엉덩이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가장 쉽게 퇴화하는 곳이므로 의식적으로 보폭을 넓혀 하루 1만 보를 걷는다면 1만 번 자극을 주는 셈이다.
보폭을 넓히려면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특히 몸의 뒷근육을 많이 사용해야 몸매도 좋아지고 군살도 붙지 않는다. 엉덩이 근육의 기능이 좋아지면 골반이 바로 서고, 다리와 상체 위치가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다.
③ 행복해진다.
걷는 것은 특이하게도 무의식과 의식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평소에 우리가 걸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걷는다. 한편으로 걸음은 의식적으로 빠르게 또는 천천히, 보폭을 넓게 좁게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걸음을 '무의식과 의식을 연결하는 통로'라고 한다. 즉 걸음을 의식적으로 조절해 무의식의 영역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마음에 막연한 불안감이 있거나 우울한 생각이 들 때 걸음을 의식적으로 조절해 보자. 힘찬 걸음을 걸으면 무의식도 밝아지고, 터벅터벅 걸으면 밝았던 정서도 어두워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의식적인 걸음으로 정신적인 질병을 치유하는 방법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걸을 때 우리 뇌에서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마음의 불안감을 없애고 느긋하게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걸음은 천연 우울증 치료약이다. 실제로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우울증 치료제도 결국은 머릿속에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약이다. 인위적으로 밖에서 보충하면 몸에서는 더 만들어내지 않아 결국은 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걸어서 세로토닌을 많이 생성하는 것이 좋다.
평소보다 보폭 10cm를 넓히는 일은 쉬울 것 같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의식적으로 보폭을 10cm 넓게 걸으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그 보폭을 '종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보통 걸음은 이동 수단이 되지만 10cm 넓은 걸음은 운동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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