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시간 길면 어떤 문제 생길까 [강재헌의 생생건강]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입력 2020.03.03. 16:01
(시사저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0~85%는 신체활동량이 부족하다. 특히 좌식 생활습관은 사망의 주요 위험요인 중 4위를 차지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신체활동량이 부족해진 현대인에게 급증하는 질환을 통칭해 '의자병'이라고 표현한다. 의자병은 의학용어나 정식 진단명은 아니다.
그렇다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우리 몸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우리 몸에서 근육량이 가장 많은 부위 중 하나가 바로 다리와 엉덩이 근육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근육들이 약해진다. 걷고 몸의 중심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 근육이 약화되면 낙상과 손상의 위험이 커진다. 2014~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동성, 일상활동 능력, 통증·불편 영역에 문제가 있는 경우 평균 좌식 시간이 길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 비만해질 위험이 커지며 이로 인한 당뇨병 발생 위험도 커진다. 또 운동량이 줄어들면서 심혈관질환 발생도 증가한다. 국내 연구진이 2013~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과 심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 발생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는 앉아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커졌다.
하루에 3시간 미만 앉아 지내는 노인보다 좌식 시간이 하루 3~5시간인 노인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1.3배, 6시간 이상인 노인은 2.1배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나이에 상관없이 하루 앉아 있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은 좌식 시간이 3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2.1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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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시간 앉으면 폐색전증 위험 2배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다리의 정맥에 피떡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 피떡이 폐로 이동해 혈관을 막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폐색전증이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 약 7만 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휴무일에 하루 6시간 이상 앉아 지내는 사람은 하루 2시간 미만 앉아 생활하는 사람에 비해 폐색전증 발생 위험이 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래 앉아 있으면서 신체활동량이 줄어들면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확률 역시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 의자병의 위험을 낮추려면 평소에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나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도록 한다. 먼 거리를 이동할 경우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고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걷는 것이 좋겠다.
직장에서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걷고, 업무 중에도 기회가 될 때는 걸어가서 일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앉아서 업무를 보는 동안에 매 시간 5~10분이라도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는 요가, 필라테스, 춤 등 운동을 하고 TV 시청 시간을 줄이고 무선전화를 이용해 통화 중에도 걷는 것이 좋다. 집에서 TV를 볼 때도 실내자전거나 운동기구를 사용하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200303160106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