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의학⑧] 남녀 수명 격차 줄고 있다는데, 왜?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 06. 04. 17:00
남녀 '사회적 스트레스' 평균화.. 여성호르몬의 '건강 효과' 상쇄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 그해에 태어난 사람이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를 의미하는 '기대수명' 또한 늘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2019년생 기준 남성의 기대수명은 80.3세, 여성의 기대수명은 86.3세로, 약 6년이나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그동안 남성의 삶이 더 짧았던 이유를 한 가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가부장제 ▲호르몬 ▲사회·심리적인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그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남성의 '수명 단축'은 가부장제의 산물?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뿌리 깊은 '가부장제'는 남성의 수명을 갉아먹었다. 과거 가부장제가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홀로 경제활동에 나서야 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경제활동을 통한 가장의 책임이 남성에게 더 많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흡연율, 음주율, 교통사고 사망률 등이 높았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사회생활로 겪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도 몰았다.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운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에 힘든 일을 토로하는 것조차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들은 여성보다 비교적 ▲도전적이고 ▲모험적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는 남성호르몬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남성들이 이런 성향을 갖게 된 데에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도 한몫했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는 "남성은 자라면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된다"며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모험을 즐기고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은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호르몬 영향도 있지만… '남녀 격차' 사라지는 중
물론 생물학적인 원인도 있다. 여성호르몬은 여러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김광준 교수는 "예컨대 여성은 같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도 남성보다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작다"며 "여성을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임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호르몬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강재헌 교수 또한 "여성호르몬은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러한 신체 구조적 차이로 인해 남녀의 사회적 부담이 크게 다르지 않은 국가에서도 여성이 조금 더 오래 산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고 사회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준 교수는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에 남성들은 업무에 몰두해 건강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남녀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만큼 앞으로 20~30년 후에는 남녀 간 수명 차이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WHO(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 자료는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는데, 몇몇 개발도상국들의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