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실패 시, 우리 심장엔 어떤 일이?
문세영 입력 2022. 02. 28. 16:38
[사진=eternalcreative/게티이미지뱅크]
원치 않는 이별은 심적 고통을 일으킨다. 정신 건강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신체 건강도 해로운 영향을 받는다.
이별의 고통은 주의력, 집중력 등 인지능력과 기분 상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식습관, 수면습관 등도 바꾸기 때문.
연애 실패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칭하는 진단명은 없지만 대체로 임상적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우울한 기분, 흥미 상실,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나 증가, 수면장애, 평소보다 빠르거나 느려지는 움직임, 피로, 삶을 무가치하게 느끼거나 죄책감이 드는 증상, 결정력이나 집중력 감소, 극단적인 생각 중 5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임상적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수반된 신체 증상들도 나타난다.
실연의 상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방출을 유도하는데, 이는 몸의 중심부로 더 많은 피가 공급되도록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박동수를 높인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이별의 상처 깊이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면 심근증이나 상심증후군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의 연구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심한 사건이 발생하면 몇 분에서 몇 시간 내에 갑작스러운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땐 응급실 방문이 필요하다.
다행히 대부분의 이러한 증상들은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함께 회복되기 때문에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부는 심장 근육이 약해져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소화기 계통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이별의 고통은 음식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폭식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수치가 늘면 우리 몸은 '투쟁-도피 모드'에 들어가면서 식욕이 줄어드는데, 지속적으로 코르티솔 수치가 높으면 '감정적인 식사'로 이어져 오히려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는 것.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보상' 및 '행복'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돼 일시적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감정적 식사를 하게 된다.
수면의 양 역시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기 때문에 잠들기 어려워질 수도 있고, 수면을 탈출구 삼기 때문에 잠으로 도피해 평소보다 많이 자게 될 수도 있다.
이별 후 숨 쉬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늘면 호흡수도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호흡이 빨라지거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공황 발작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응급실 방문을 통한 즉각적 처치가 필요하다.
스트레스는 염증을 유발하고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감염에 더욱 취약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 코로나 시국에서는 더욱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하다. 균형 있는 식사와 신체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술, 담배 등 부정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별 후 불안, 슬픔, 분노, 패배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감정 변화를 받아들이고, 혼자 극복하기 어려울 땐 정신과 전문의를 통한 정신 건강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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