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물 벌컬벌컥 마시면 위험"..염분 보충 해줘야 하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6월부터 예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6월과 8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에 달하며, 7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나타났다.
6일 의료진들은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운 날씨에 무리한 외부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열질환으로 구토, 고열, 신경 및 정신이상이 발생하면 위급한 상황이므로 신속히 체온을 낮추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벼운 더위는 일상생활의 리듬을 깨며 생활에 불편을 주는 정도지만, 심한 무더위는 탈수와 고열로 인한 신체기전의 변화로 여러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온열질환은 △일사·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으로 나뉜다. 증상은 △의식장애 △건조하고 뜨거운 피부 △어지러움 △메스꺼움 △빠르고 강한 맥박 △근육경련 △극심한 피로감 △빈맥·빈호흡·저혈압 등이다
열실신(heat syncope)은 고열 환경에 노출돼 혈관장해가 일어나서 정맥혈이 말초혈관에 축적돼 혈액순환이 잘 안돼 발생한다. 저혈압, 뇌의 산소부족으로 실신하거나 현기증이 나고 급성 신체적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 현상은 수분이나 염분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어난다.
열경련(heat cramp)은 고온 환경에서 심한 육체적 노동으로 인해 근육에 경련을 일어나는 것이다. 열경련 요인은 심한 육체적 노동, 고온환경 조건과 땀의 양이다. 고온적응 여부도 중요요인의 하나로 고온의 환경을 떠나 2~3일 쉬고 다시 되돌아올 때 열경련이 많이 발생한다.
열피로(heat exhaustion)는 고온에서 장시간 힘든 일을 하거나, 심한 운동으로 땀을 다량 흘렸을 때 흔히 나타난다. 땀을 많이 흘려 염분손실이 많을 때 발생하는 고열장해로서 피로감, 구역, 현기증, 근육경련을 일으켜 심하면 순환장애를 일으킨다. 땀을 통해 손실하는 염분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열사병(heat stroke)은 체온 조절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상태로, 중추 신경계의 이상으로 땀이 오랫동안 나지 않아 신체 온도가 높아지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는 40도 이상의 체온, 중추신경계 이상, 땀이 나지 않는 증상 등을 말하며 심할 경우 사망 위험이 있다. 태양광선에 의한 열사병은 일사병이라고도 하며 우발적이거나 예기치 않게 혹심한 고온 조건에 폭로되는 경우 잘 발생한다.
김태림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온에 적응되지 못한 사람이 고열환경에서 작업 시 식염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물만 많이 마셔도 위험하다"며 "기온의 변화에 신체적응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노인이나 어린이, 심장병, 뇌졸중 등의 환자들은 주변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등 여느 때보다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온열질환의 경우 서늘한 곳에서 회복하면 2~3분 이내에 의식이 돌아온다. 고온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혈압, 맥박수, 자각증상 등이 정상으로 회복하는데 1~2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의 경우에는 환자 체온을 내려주고 의식이 없는 경우 기도유지와 호흡보조를 해주면서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환자의 체온을 내려주기 위해 증발현상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옷을 벗기고 부채를 이용해 시원한 바람을 쐬게 하거나, 분무기로 피부에 물을 뿌려주고 큰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나 목, 겨드랑이 부위에는 아이스팩을 대고 열을 내리는 것이 좋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임지용 교수는 “온열질환은 뇌의 체온 조절 중추가 고열로 인해서 기능을 잃게 되면서 체온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며 "병이 더 진행될 경우 우리 몸의 혈액 응고 시스템의 이상이 생겨 다양한 부위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임 교수는 “열사병이나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경우 바닥이나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뇌나 목 부위를 다치는 2차 사고가 생길 수 있다"며 "환자를 무리해서 옮기기보다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통해 보호대 착용과 함께 조심스럽게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자가 의식마저 없을 경우 응급상황에 해당되므로 바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 기온이 높은 날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기온이 높고 햇볕이 뜨거운 오후 12시~5시까지는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섭취가 중요하다. 더운 날씨에는 무리하지 않게 운동량 조절하기, 적정실내온도(26℃)를 유지하고 야외활동 시 헐렁한 반바지와 양산, 모자로 햇볕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신체 활동 전, 중, 후에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면 정상적인 신체 기능과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덥고 습한 환경에서 수분섭취가 중요히다.
더운 환경에서 신체적으로 힘든 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라면 천천히 체온을 열에 적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1~2주에 걸쳐 적응기간을 갖고, 열 환경에서 활동의 시간과 강도를 천천히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상은 밝은 색의 가볍고 헐렁한 옷을 입으면 땀이 증발하고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 구토감, 또는 힘 빠짐을 느낄 경우 즉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초기 증상을 무시하면 더 심각한 열 관련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김지혜 교수는 "열사병 증상을 보인다면 최대한 빠르게 그늘 등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고 냉찜질을 해야한다"며 "시원한 물과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맥주 등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몸의 체온을 높일 수 있어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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