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 어떤 걸 의미할까?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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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지인과 친밀한 관계(친구)를 구별 짓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친구는 단지 서로를 잘 아는 것에서 그치는 ‘지인’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입니다. 친구, 애인 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대인관계 특히 친구, 애인과 같이 친밀한 관계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방을 신뢰하기에,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의도를 믿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신은 그만큼 쓰라린 경험입니다. 갖고 있던 믿음이 배신당한 것이기에 우리가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믿었기 때문에 배신할 무언가가 있는 것이니까요.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어떻게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요?
먼저, 신뢰란 ‘상대방이 나의 기대 또는 선호도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는 건강한 관계의 기본 중의 기본, 초석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는 정서적으로 친밀감을 키워 갑니다. 반면에 배신은 그러한 믿음을 위반하는 것을 뜻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반을 당하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고, 분노와 실망감을 느끼고, 심지어 감정적인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다른 결과를 낳는 신뢰와 배신은 신기하게도 같은 부위의 뇌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어떻게 신뢰와 배신이 같은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걸까요? 연구에 따르면, 신뢰와 배신에 관련되어 있는 뇌 영역은 전전두엽 피질과 편도체입니다. 전전두엽 피질에서 하는 주요 기능은 추론, 의사 결정, 계획 등 이성적인 부분이고, 편도체는 분노, 실망, 배신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입니다.
신뢰와 배신감 모두 전두엽과 편도체가 관련되어 있는 이유는 각자 다른 이유로 다른 감정을 처리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전전두엽 피질은 앞서 말했듯 인지 과정,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곳입니다. 즉,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개인이 배신을 이해하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에 편도체는 두려움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개인이 배신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뢰와 배신과 관련된 전전두엽 피질과 편도체가 중요한 이유는 발견된 뇌 메커니즘을 통해 개인의 신뢰와 배신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전두엽이 훨씬 활발한 사람은 상대방을 더 잘 믿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전두엽 피질은 미래에 발생할 일에 대한 가능성 또는 확률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기에,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은 이성적으로 잠재적인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고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믿었을 때, 그리고 믿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될지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전전두엽 피질과 편도체뿐 아니라 호르몬도 신뢰감에 영향을 끼칩니다. 옥시토신 호르몬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옥시토신은 사회적인 연결, 애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입니다. 옥시토신은 애착 형성을 촉진하고, 파트너간의 신뢰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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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 측면에서는 어떠한 것들로 신뢰와 배신에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우리는 신뢰를 키워 갈 수 있을까요? 크게 5가지 요소인 의사소통, 애착 유형, 불신, 권력(갑을), 성격에 관한 연구를 통해 알아봅시다.
관계 속에서 신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의사소통입니다.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잘 하는 개인이 더욱 그들의 파트너를 잘 신뢰하고, 또 신뢰를 받는다고 합니다. 의사소통을 잘할수록 안정적인 신뢰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Johnson & Makela Millham, 2001)
한 연구팀은 애착 이론으로 신뢰에 접근했습니다. 안정적 애착 유형인 사람은 파트너를 신뢰할 수 있는 반면에, 불안정 애착 유형의 사람은 타인을 배신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ikulincer & Shaver, 2016)
또 다른 연구팀은 관계에서 불륜을 경험한 사람은 미래에 쌓을 관계 속 신뢰성에 문제를 갖게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Mark, Janssen, & Milhausen, 2011)
또,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을’— 관계주도성 또는 권력—이 약하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배신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Jonason, Li & Richardson, 2011)
나르시시즘과 같은 '성격'이 배신과 더 관련 있다고 밝힌 연구도 있습니다. (Jonason과 Luevano와 Adams, 2012)
‘신뢰’가 무엇을 뜻하는지, 뇌 메커니즘, 호르몬, 대인관계 요소로 살펴보았습니다. 신뢰란 단순히 ‘믿는다’는 감정이 아닌, 의사 결정, 호르몬, 의사소통 방식, 성격이 모두 다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믿음’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