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속도’로 빠르게 걸으면…심장 부정맥 위험 43% 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42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걷는 속도가 빠를수록 가장 흔한 심장 질환 중 하나인 부정맥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부정맥은 ‘고르지 않은 맥박’이란 말 뜻 그대로 심장이 너무 빠르거나(빈맥), 너무 느리거나(서맥), 불규칙(심방세동)하게 뛰는 증상이다. 가벼운 두근거림이나 가슴통증부터 심하면 실신, 돌연사까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의 약 90%가 부정맥이 원인이며 뇌졸중 위험을 2배(남성)에서 5배(여성)까지 높인다고 알려졌다. 전가019년 기준 세계적으로 6000만 명 이상이 부정맥을 앓고 있다
얼마나 빨리 걸어야 할까. 시속 6.4㎞ 이상 빠르게 걷는 사람은 시속 4.8㎞ 이하로 걷는 사람에 비해 심장 박동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43% 낮았다.
빠르게 걷기에 따른 보호 효과는 여성, 60세 미만, 비만이 아닌 사람, 그리고 고혈압과 같은 특정 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컸다.
영국 의학 저널(BMJ) 심장(Heart)에 논문을 발표한 스코틀랜드-칠레 연구진은 보호 효과의 3분의 1 이상(36%)이 대사 요인과 염증에서 비롯되었으며, 체중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해 빠르게 걷기는 체중 조절과 염증 감소에 영향을 미쳐 심장 리듬 정상화에 부분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체중과 체내 염증은 부정맥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50만 명 이상의 건강·의료 정보가 담긴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활용했다.
42만 925명이 자가 보고한 걷는 속도에 따라 느리게 걷기(시속 4.8㎞미만·7%), 보통 속도로 걷기(4.8㎞/h 이상~6.4㎞/h 미만·53%), 빠르게 걷기(6.4㎞/h 이상·41%)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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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보통 속도나 빠르게 걷는 사람이 느리게 걷는 사람보다 부정맥 발생 위험이 훨씬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 속도로 걷는 사람은 느리게 걷는 사람에 견줘 부정맥 위험이 35% 감소했다. 빠르게 걷는 사람은 43% 낮았다. 심방세동, 빈맥, 서맥 등 거의 모든 부정맥 유형에서 비슷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보다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일주일 동안 활동량 계를 착용한 8만 195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활동량 계는 걷는 속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자가 보고의 한계를 보완, 연구 결과를 강화할 수 있다
결과는 같았다. 보통 속도나 빠르게 걷는 시간이 길수록 부정맥 위험이 낮았다. 반면 천천히 걷는 것은 보호효과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걷는 속도와 부정맥 간 연관성은 여성, 60세 미만, 비만이 아닌 사람, 두 가지 이상의 기저질환(특히 고혈압)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졌다.
보호 효과의 35%는 신진대사 요인과 염증 감소에서 비롯됐다. 특히 체질량 지수(BMI)는 32.8%로 가장 큰 기여 요인이었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보통 속도와 빠른 속도로 걷기가 대사·염증 경로로 매개되는 심장 부정맥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빠르게 걷기가 고위험군의 부정맥을 줄이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걷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신체 활동이다. 건강을 위해 걷을 때 심장 건강에 더욱 신경 쓰고 싶다면, 빠르게 걷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걷지 않아도 된다. 각자 몸 상태에 맞춰 중간 중간 짧은 거리라도 빠르게 걷는 훈련을 반복해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면 된다.
동아일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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