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망률 2위 간암.. 최고의 예방법은 검진-간염관리"
입력 2020.05.27. 03:04
간암 치료와 예방법
간암 75%가 만성 B형 간염과 연관.. 항바이러스제 복용하며 관리해야
간경변증 있다면 알코올 섭취 금지
매년 1만1000여 명 사망. 폐암에 이어 암사망률 2위는 간암이다. 환자 대부분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다. 간의 70% 이상이 손상되기 전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있더라도 간질환 병력이 있던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간질환과 간암의 증상을 혼동해 암이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간암의 대부분은 만성 간질환에서 발생한다. 만성 B형·C형 간염, 그리고 간경변증이 간암의 고위험군이다. 일반적으로 간경변증 환자 100명 중 연간 3∼8명 정도에서 간암이 발견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만성간염 단계에서 간암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특히 만성 B형 간염, 지방간염에서 잘 발생한다. 만약 간암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과음하는 경우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이 있다면 암 발병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증상은 대부분 진행된 간암에서 발생하는데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 감소, 복부 불편감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간암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증상들이 아니다.
국내 간암의 75%는 만성 B형 간염과 연관이 있다. 만약 본인이 B형 간염 환자라면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경구 항바이러스제는 간암 발생 위험을 약 60%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전문 의료진에게 지속적인 관리를 받아야 한다.
최근 국내 B형 간염 환자 41만 명의 진료 패턴과 간암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23%만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관리를 받고 있다. 19%의 환자는 진단을 받고도 병원을 전혀 다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관리받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암 사망 위험이 44%나 낮았다. 정기적인 검사는 항바이러스제 치료와 간암 감시 검사를 받을 기회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C형 간염은 최근 신약이 개발돼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하루에 한 번 2∼3개월간 경구 약제를 복용하면 98% 이상의 환자가 완치된다. 따라서 평생 한 번은 본인이 C형 간염에 걸렸는지 혈액검사를 꼭 받아 봐야 한다.
이미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금주해 추가적인 간 손상을 피해야 한다. 정기적인 간암 감시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에도 힘써야 한다. 간암은 매우 빠르게 자라는 암종으로 두 배로 커질 때까지 평균 4∼5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에 간암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간경변증 환자라면 부담 없이 연 2회 간암 감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만성간염이나 초기 간경변증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스스로 간염 상태를 알기 어렵다. 크기가 1∼2cm의 작은 결절 단계에서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간암을 조기에 간단하게,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종양표지자를 이용한 혈액검사, 자기공명영상법(MRI)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연구 단계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초음파 검사와 알파태아단백 혈액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더라도 알파태아단백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간암이 동반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MRI를 시행해야 한다.
간암은 환자나 의료진에게 많은 도전과 좌절을 안겨주는 질환이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예방이 최선이다. 정기적인 검사와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입증된 간암 예방법이다. 적절한 운동, 식습관으로 당뇨와 지방간을 관리하고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간에 좋다고 알려진 검증되지 않은 민간 식품, 달인 물, 즙도 간 손상 위험이 있으므로 전문 의료진과 먼저 상담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