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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생활

"누구나 불안할 수 있지만, 누구든 극복할 수 있습니다"

 

취재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서호석 교수가 진료실에 앉아 있다

사진 강남차병원 제공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불안한 기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불안장애’. 불안장애 명의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대한불안의학회 부이사장)를 만나 불안장애에 대해 들어봤다.

 

 

Q. 누구나 생활하다 보면 불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안함과 병적인 불안함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불안이란 친숙하지 않은 환경 혹은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하고자 할 때 생명체라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기본적인 경고 반응입니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있다든지, 맞선, 첫 데이트, 연주, 발표 등을 앞두고 누구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별로 불안을 유발할 상황이 아닌데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감이 크다거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너무 극심하게 불안감을 느낄 때는 우리가 한번 불안장애 등의 정신 건강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Q. 불안한 감정 자체가 뇌의 변형을 유발하거나,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야기하기도 하나요?

 

A. 정상적인 불안감은 문제없으나 극심한 불안감 혹은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될 경우 결국 뇌의 기능 이상을 일으킵니다. 특히 대뇌에 있는 GABA/벤조디아제핀 복합체의 기능 이상,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글루타메이트, 뉴로키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신경 전달 체계 기능의 이상 등을 야기합니다.

불안장애가 오래 지속될 경우 우울증, 약물, 알코올 의존, 수면장애 등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불안장애를 조기에 발견,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국내의 불안장애 환자는 얼마나 되나요?

 

A. 불안장애는 넓게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특정 공포증, 강박장애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5%로 알려져 있으나, 사회적인 편견 및 거부감 등으로 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여러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것을 밝히는 등 공황장애라는 질환에 대해 널리 알려지고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공황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가 2010년에 5만명, 2015년에 10만명에서 2017년 작년에는 14만4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임상에서 공황장애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범불안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약 5%, 사회공포증의 평생유병률은 5~10%, 특정 공포증의 평생 유병률은 약 10%, 강박장애의 유병률 2~3%입니다. 20~30%의 인구는 어떠한 종류의 불안장애일지라도 평생 한번 쯤 생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Q. 불안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외에도, 병원을 찾지 않은 잠재적 환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과도한 불안함도 병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병원을 한 번쯤 찾으면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A. 불안장애에 이환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지만 사회적인 편견 및 거부감 등으로 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감이 크다거나, 극심한 불안감이 오래 지속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불안장애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우울증의 경우 종국에는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불안장애도 마찬가지인가요?

 

A. 불안장애 환자는 여러 신체 증상의 특성으로 인해 여러 과의 진료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환자들을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약물, 알코올 의존, 수면장애 등으로 발전하고 심한 경우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불안장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신체 증상이 있나요?

 

A. 불안을 느끼면 인간은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데,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가 항진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들, 즉 심장이 마구 뛰거나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이 긴장되고 손발이 저리고 속이 메스꺼워지고, 더 나아가 어지러워 곧 쓰러질 것 같은 느낌 등의 여러 신체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는 동물이 외부 위협을 받았을 때 그 개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 기전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원시인이 길을 가다가 사자를 맞닥뜨렸을 때를 가정해보면, 사자와 맞서 싸우든 도망가든 인간의 근육에는 평소보다 많은 산소와 혈액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호흡이 빨라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말초신경계 혹은 소화기관에는 혈액 공급이 적어져 저린 증상이나 속이 메스꺼워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불안장애에 이환이 되면 짜증, 집중력 곤란, 안절부절 등의 심리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허리, 어깨 등의 근육통 및 두통 등의 근육 긴장과 떨림, 가슴 답답함, 과호흡, 가슴이 두근거림, 흉부 통증 등의 자율신경계 과각성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Q. 어떤 사람이 불안장애가 잘 생기나요?

 

A. 인간의 여러 기질적 요소 중 위험 회피 기질, 즉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경향성을 말하며, 처벌이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행동을 억제하며, 이전에 하던 행동도 중단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나, 사회적 민감성 기질, 즉 사회적인 보상 신호에 대해 강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경향성을 말하며, 사회적인 보상 신호에 의해서 이전의 보상 또는 처벌 감소와 연합되었던 행동이 유지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 불안장애를 잘 겪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며, 살아가면서 자신의 기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행동의 유연성을 가지며 가치를 추구할 때 성숙할 수 있는 것이며, 기질에 집착, 자동적이고 경직된 반응을 보일 때 미성숙하다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보며 ‘난 원래 이래’ 하면서 그 안에 자기 자신을 가두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꾸기에 따라 자신의 성격은 얼마든지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서호석 교수가 진료실에 앉아 있다 사진 강남차병원 제공

 

 

 

Q. 불안장애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요?

 

A. 불안장애의 원인은 뇌에 있는 불안과 관련된 여러 조직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호르몬이 있어 신체생리적인 균형을 이루듯이, 뇌의 호르몬, 즉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이 뇌의 기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데, 이들의 균형이 깨져 신경전달이 방해를 받게 되면 불안장애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이루도록 작용하는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불안장애가 치료되며, 약물치료 단독으로 7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 치료뿐 아니라 인지행동치료 및 마인드풀니스 명상 치료 등의 사회정신치료를 병행하면 90% 이상에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8년 4월 대한불안의학회 공황범불안장애연구회에서 ‘공황장애의 한국형 치료지침’을 발표했으며, 재발을 낮추기 위한 치료 전략 및 인지행동치료, 마인드풀니스 명상치료 등 사회정신치료와의 병행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됐습니다.

 

 

Q. 병적인 단계가 아닌 일반적인 불안함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A. 인간의 성격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어 기전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격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결국 스트레스로 인하여 인체의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 등에 문제가 생겨 여러 질병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여러 질병에 이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도록 하는 성격이 가장 좋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융통성이 있는 성격, 모든 일에 탄력적인 성격,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수용적인 성격, 그리고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견지하는 것 등이 우리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음 여섯 단계를 실천해보면 좋습니다.

 

1.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치밀 때는 잠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이렇게 화를 내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근육이완요법을 천천히 실시하면서 내 마음을 다독거려봅니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화를 어떻게 처리,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근육이완요법은 다음의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1) 팔, 등, 다리 등 각 근육별로 나눠서 1에서 10까지 서서히 세면서 근육을 긴장시킨다. 2) 최대한 긴장시킨 상태에서 잠시 머문다. 3) 그런 다음 다시 1에서 20을 세면서 서서히 근육을 이완시킨다. 4) 20이 가까워지면서 근육의 긴장을 거의 못 느끼는 상태로 한다.

 

2. 스트레스를 좀 더 의식화해 밖으로 표현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합니. 혼잣말이라도 좋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써 표현합니다.

 

3. 배짱을 가지세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자신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자기 성찰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또 사랑합시다.

 

4.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나는 잘할 수 있어’라고 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주문입니다. 이러한 주문을 기도문처럼 늘 중얼거립니다. 이렇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신감도 생겨날 것입니다.

 

5.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자기의 모자람 때문에 괴로울 수 있습니다. 물론 100점을 목표로 하나 95점을 받았다고 좌절하지 맙시다. 이럴 경우 모자라는 5점 때문에 안달복달하고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학대하지 말고, ‘그래도 잘했네. 100점이면 더 좋았을텐데 5점이 모자라는구나. 다음에는 더 잘해서 모자라는 5점을 채워야지.’라고 생각합니다.

 

6. 오뚝이가 됩시다. 아무리 시련이 와서 좀 쓰러진다 해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탄력적인, 또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서호석 교수는

서호석 교수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불안장애 명의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환자를 잘 공감할 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환자가 자신을 믿고 끝까지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힘쓴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불안장애의 한국형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범불안장애에 대한 약물 치료 지침서를 개발했고, 공황장애의 한국형 치료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며 대한불안의학회 부이사장, 공황범불안장애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안장애, 산후우울증, 임신중우울증, 갱년기우울증, 불면증, 스트레스장애 등을 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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