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두근두근? 혹시 부정맥인지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2.10. 08:32
'명의톡톡' 명의의 질환 이야기
누구나 가슴이 크게 두근두근 뛰는 경험을 한 번쯤 한다. 그런데 이렇게 가슴이 뛰는 게 질병 때문이라면? 부정맥은 맥박이 비정상인 상태를 통틀어 뜻한다. 특히 실내외 기온차가 큰 겨울철에는 심장이 갑작스런 기온 변화에 적응하면서 부정맥이 나타나기 쉽다. 심한 부정맥은 뇌졸중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급사로 이어질 수 있어 평소 질환을 잘 이해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부정맥 명의로 알려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를 만나 부정맥의 진단과 관리에 대해 들었다.
Q. 부정맥은 ‘맥박이 비정상인 상태’인 만큼, 범위가 매우 넓다고 들었습니다.
A. 심장은 분당 보통 60~100번 규칙적으로 뜁니다. 이렇게 뛰지 않는 모든 상태를 부정맥이라고 하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합니다. 너무 느리거나(서맥) 너무 빠르게(빈맥) 뛰는 건 물론 엇박자로 불규칙하게 뛰어도 부정맥입니다. 부정맥 질환도 다양합니다. 심방조기수축이나 심실조기수축은 일반인에게도 흔히 나타나고 경미합니다. 그러나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을 5배, 치매 위험을 2배 높입니다. 부정맥은 경미한 것부터 급사에 이를 수 있는 것 까지 다양하니, 평소 자신의 심장이나 맥박 상태를 잘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Q. 부정맥 증상은 진단이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A. 부정맥은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집니다. 몇 시간에 한 번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지만 잠잠하다 한 달에 1~2번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정맥 진단은 증상이 있을 때 검사하는 게 가장 좋은데, 10초 정도 진행되는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이 쉽지 않죠. 그래서 쓰이는 게 24시간 심전도 검사(홀터 검사)입니다. 이것도 증상이 며칠에 한 번 있다면 한계가 있습니다. 증상이 있을 때만 켜서 대고 확인할 수 있는 간이심전도기계도 있어요. 이 기계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2012년경부터 들어왔습니다. 휴대전화 절반 정도 크기라 편하게 들고 있을 수 있고, 병원에서 대여도 해 줍니다. 한쪽은 심장 근처 피부에, 한쪽은 손가락에 대고 있으면 전기 신호를 잡아 기록해줍니다. 이식형 기록기도 있습니다. 심장 근처 피부를 1cm 정도 절개해 기록기를 넣어둡니다. 3년까지 심전도가 기록되며,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죠.
진단 기기가 발달하다보니 부정맥 환자도 예전보다 더 많아지는 추세고, 환자들 인식도 좋아졌습니다. 부정맥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검사도 곧잘 받는 편입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A.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부정맥이 있는데, 약물로 치료되는 부정맥이 더 많습니다. 재발이나 증상을 조절해주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약물의 종류는 10여 가지로 다양합니다.
최근 시술이 발전하다 보니 무작정 ‘부정맥 증상이 있으니 시술을 해 달라’고 말하는 환자도 있는데, 권하지 않습니다. 약을 쓸 필요 없는 경미한 부정맥, 약물치료만 해도 되는 부정맥인데 맹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죠. 또한 환자 상태에 따라, 시술하면 50% 정도 확률로 재발할 가능성이 큰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도 권하지 않습니다.
Q. 어떨 때 약물이 아닌 시술이 필요한가요?
A. 부정맥 증상이 약물로 조절이 안 될 때 필요합니다. 이때는 지체하면 안 됩니다. 간혹 특정 병원, 특정 의사에게 부정맥 치료를 받겠다고 1~2년씩 대기하는 환자도 있는데 말리고 싶습니다. 기다리는 도중 더 악화되거나, 갑자기 쓰러질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나이가 젊고, 증상이 심하며, 발작이 전형적이면 시술로 완치가 잘 돼 고려할 만 합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 시술 장면/강동경희대병원 제공
Q. 스스로 부정맥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두근거리는 일이 많다면 맥박을 재 보세요. 엄지손가락 쪽 손목, 인대 사이에 손가락을 짚고 1분 동안 얼마나 뛰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1분에 60~100회, 규칙적으로 뛰면 정상입니다.
Q. 가끔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놀랐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는데 부정맥과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스트레스 등으로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이라면 두근거리고 빨리 뛰어도 규칙적입니다. 또한 두근거림을 유발하는 특정 사건을 겪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두근거림이 나아진다면 질병으로 생기는 부정맥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 것처럼 특정 사건과 관계없이 갑자기 두근거렸다가 증상이 사라진다면 부정맥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정맥 소인이 있는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로 인해 부정맥이 생기기도 합니다.
Q. 부정맥이 있거나, 평소 가슴이 잘 두근거린다면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 좋나요?
A. 사람에 따라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커피를 마신 뒤 두근거림을 경험한 적 있다면 끊는 게 좋습니다. 아무 느낌이 없다면 드셔도 됩니다. 모든 부정맥이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니, 마시고 맥을 짚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간혹 약초 등 특정 식품을 드시고 부정맥이 생기는 환자도 봅니다. 그 전에는 건강하게 지내시던 분이라 진료하면서 캐물었더니 이름 모를 약초를 달여서 꾸준히 드셨기에, 2~3주 끊어보자고 했습니다. 거짓말처럼 부정맥이 좋아지더군요. 몰랐다면 이식형 기록기를 삽입했을겁니다. 달이거나 즙낸 농축형 식품을 주의하세요. 꼭 드시고 싶다면 1주일에 1~2번만 드시라고 합니다. 효능과 부작용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은선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심장혈관내과 교수다. 부정맥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교 석박사를 지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임상강사 및 촉탁의이며 스탠포드 의대 방문교수다. 최근 3년간 발표한 SCI급 논문이 11편 이상으로 연구에 힘쓴다.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기 위해 항상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료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