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100세 시대 건강한 노년 보내기
'건강가화만사성'에 달렸다
노쇠 예방수칙 7가지
건강한 마음·강한 치아 만들기
가려먹지 말고 화 높이는 담배 멀리
만성질환 관리·사람과 어울리기
성실한 운동으로 노년 행복하게
건강한 노년은 100세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의 목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다. 남성은 79.7세, 여성은 85.7세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64.9세다. 남성은 64.7세, 여성은 65.2세다. 65세를 넘어서면 18년 정도는 질병을 앓게 돼 건강한 생활을 못한다는 의미다. 한국인이 평균 수명까지 살면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노년을 위한 실천수칙에 대해 알아봤다.
노쇠 속도 늦추는 게 중요
건강한 노년을 대비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은 노쇠다. 나이 들면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생기는 노쇠는 노화와 다르다. 노화는 젊은 시절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노쇠는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인체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는 상태다.
평소 쉽게 지치면서 힘이 없고 물건을 쥐는 힘이 약해졌다면 노쇠를 의심해봐야 한다. 걷는 것이 힘들고 걸음이 느려지며 바깥 활동이 줄어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체중 관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노쇠증상이다.
노쇠의 원인 중 하나는 근육량 감소다. 노쇠한 노인은 낙상이나 골절 위험이 크다. 신체장애가 생겨 밥 먹기, 옷 갈아입기, 장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의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노쇠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이런 문제를 호소할 위험이 2~4배 정도 높다.
치매 발생 위험은 두 배, 요양시설 입소 위험은 여섯 배 높아진다. 노쇠한 노인이 위암이나 심장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건강한 노인보다 사망 위험은 3~4배 정도 올라간다. 노화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노쇠는 관리하면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평소 노쇠 진행 속도를 늦추는 생활 습관을 익혀둬야 한다.
‘건강가화만사성’ 실천해야
이윤환 아주대의료원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2005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4년간 출판된 논문 5853건을 분석해 ‘건강가화만사성’이라는 노쇠예방 수칙을 내놨다.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노쇠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건강한 노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회복탄력성, 구강 건강, 다양한 식이, 금연, 만성질환 관리, 사회참여, 신체활동 등 일곱 가지 요인이었다. 이를 토대로 의료·운동·영양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예방 수칙을 개발했다.
건강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첫 번째 수칙이다. 강한 치아 만들기, 가려먹지 않고 충분히 식사하기, 화를 높이는 담배를 멀리하기, 만성질환 관리하기,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기, 성실하게 운동하기 등이다. 이를 수칙의 첫 글자를 따 ‘건강가화만사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수칙은 대부분 모두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다. 하지만 이를 모두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면 다 노쇠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일곱 가지 수칙을 잘 지키면 노쇠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 노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긍정적 사고는 노쇠 위험 8% 줄여
건강하게 마음을 잘 다스리려면 심리적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정서를 유지하면 노쇠가 발생할 위험이 8% 정도 낮아진다.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노쇠해질 위험이 더 높아진다. 우울증상이 심각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노쇠 발생 위험이 2.2배 정도 증가한다.
주변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매사에 흥미가 없고 무관심한 사람은 2.9배,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은 1.9배 노쇠 위험이 증가한다. 노년기에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구강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노년기까지 보존하는 치아가 하나씩 늘 때마다 노쇠 위험은 5%씩 줄어든다. 씹는 힘이 약해지면 노쇠 발생 위험은 2.8배 높아진다. 잇몸병이 심하면 노쇠 위험이 2.1배 증가한다. 젊을 때부터 하루 세 번 칫솔질을 해 구강건강을 챙겨야 한다.
이미 틀니를 착용하기 시작한 노인이라면 매일 잘 세척해 관리해야 한다. 6개월마다 구강 검진을 받고 치석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음식을 가려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나이 들면 식사를 준비하는 것조차 힘들어 밥과 김치,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식사를 간단히 때우는 일이 늘어난다. 씹는 기능이 떨어져 고기 등의 섭취를 줄이는 노년층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편식하는 습관이 노쇠한 노년을 만든다. 매 끼니 식단을 챙기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생선, 과일, 채소, 저지방 우유, 저지방 요구르트 등을 섭취하면 노쇠 위험이 줄어든다. 다양한 음식을 충분히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과 비타민 B6·B9·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나이 들면 단백질을 섭취해도 근육으로 잘 바뀌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젊을 때보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 교수는 “비타민을 권장량보다 부족하게 섭취하면 노쇠 발생 위험이 2.8배 증가한다”고 했다.
저체중도 위험하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18.5 미만이면 노쇠 위험은 1.7배 높아진다.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체질량 지수 30 이상인 고도비만일 때도 위험하다. 체중이 적다면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많다면 식사량을 조절해 적당한 체중으로 관리해야 한다.
흡연하면 노쇠 위험 1.5배 증가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좋은 영향은 없다. 각종 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폐 건강을 해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노쇠 위험이 1.5~2.9배 증가한다. ‘지금 담배를 끊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담배를 계속 피우는 노인도 많다. 하지만 금연은 지금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담배를 멀리하고 주변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금연을 독려해야 한다.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만성폐쇄성폐질환, 골다공증, 대사증후군, 관절염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시력이나 청력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력 손상이 있으면 노쇠 발생 위험은 2.1배 높다. 청력 손상이 있을 때도 1.4배 높아진다.
노년기 건강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는 약이다. 약 부작용으로 생긴 증상 때문에 통증이나 불편을 호소하는 노인이 많다. 약을 6개 이상 복용하는 사람은 노쇠 위험이 5.6배 증가한다. 먹고 있는 약이 무슨 약인지 분명히 확인하고 진료를 받을 때 의사에게 복용하고 있는 약을 알려야 한다. 이를 통해 중복 복용하거나 불필요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이를 빼야 한다.
사회 활동이 줄고 사회적 역할이 약해지면 노쇠 위험은 3.9배 증가한다. 가능한 한 자주 외출하고 친구들과의 왕래도 늘려야 한다. 매일 주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나는 것이 어렵다면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좋다.
배우자가 우울 증상을 호소하면 심리상태가 전파될 수 있다. 노쇠한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노쇠한 노년을 예방하려면 배우자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근력을 키우는 운동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45~6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운동하고 이런 운동을 주 3일 이상 해야 한다. 좌식 환경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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