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보다 나쁜 미세먼지 한번 들이마시면 여든까지 간다
호흡기질환 악화, 폐암도 유발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더 치명적
1급 발암물질…폐·장·혈관 침투
노약자 외출 삼가고 마스크 필수
숯불요리때도 발생하니 주의를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4월은 아침과 저녁에 쌀쌀하지만 한낮엔 포근해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고, 중국발 황사도 빈번하게 찾아온다.
지난달 29일에는 작년 4월 이후 11개월 만에 경기 전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고 다른 지역에도 '주의'와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이번주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5~6일 제22대 총선 사전투표, 10일 총선 당일 투표를 앞두고 막바지 선거 유세장을 찾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꼭 챙기는 것이 좋겠다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0.001㎜) 이하 미세먼지는 일단 흡입하면 상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대부분 폐의 말단 부위인 폐포까지 유입돼 기관지염, 천식, 폐렴,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다양한 호흡기질환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간단한 방법은 바로 마스크 착용"이라며 "코로나19 종식으로 해방됐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10ug/㎥ 증가할 때 월평균 입원 환자는 급성기관지염 23.1%, 천식 10.2%, 만성 기관지염 6.9%, 협심증 2.2%, 급성 심근경색증 2.1%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면 폐렴 11%, 만성 폐쇄성 폐질환 9%, 허혈성 심질환 3%, 심부전이 7%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폐암 위험도는 담배가 최고 13배인 데 비해 세균성 미세먼지는 39배로 훨씬 폐암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먼지는 입자 지름이 10㎛ 이하일 경우 '미세먼지(PM10)'라고 하고, 2.5㎛보다 작으면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른다. PM은 particulate(미립자 상태)와 matter(물질)의 머리글자로 '대기 중에 떠도는 고체나 액체의 작은 입자상 물질'을 말한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60~70㎛인 머리카락의 6분의 1 이하이며, 초미세먼지는 30분의 1로 눈으로 볼 수 없는 크기다. 최근 미세먼지 위험성을 경각시키기 위해 초미세먼지를 구분하지 않고 미세먼지로 통합해 사용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 공간에 2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먼지가 있는지에 따라 △좋음(파랑)=0~30㎍/㎥(미세먼지 기준), 0~15(초미세먼지 기준) △보통(초록)=31~80, 16~40 △약간 나쁨(노랑)=81~120, 41~65 △나쁨(주황)=121~200, 66~150 △매우 나쁨(빨강)=201~, 151~ 등으로 구분한다. 황사는 중국 북부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과 황하 상류 지대 흙먼지가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3000~5000m 상공으로 올라가 초속 30m 정도의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온다. 황사는 실리콘(석영), 알루미늄, 구리, 카드뮴, 납 등으로 구성된 흙먼지가 주성분으로 황사가 발생하면 하늘 색이 황갈색으로 변하면서 가시권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빨래와 음식물은 물론 대기까지 오염시켜 눈병,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황사는 중국 발원지에서 20㎛보다 큰 입자가 관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보이는 크기는 1~10㎛의 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탓에 폐·장·혈관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구멍으로 들어가거나 혈관을 막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한번 들어간 미세먼지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 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후두염증,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 암, 고혈압, 부정맥, 심부전증(동맥경화, 혈전), 장폐색, 안구건조증, 각막 장애,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초미세먼지 권위자인 이노우에 히로요시 교수('은밀한 살인자 초미세먼지' 저자)는 "초미세먼지는 담배의 3대 유해 물질인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에 이어 제4의 해로운 물질"이라며 "초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도 2013년 미세먼지를 대기오염과 함께 1등급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흡연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나 황사 피해를 막으려면 노출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세먼지·황사가 심할 때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되 외출 시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생활습관을 좀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KF80, KF94, KF99가 표시돼 있는데,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 입자를 80% 이상,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스크는 KF80 정도가 적당하다.
초미세먼지는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에도 발생하기 때문에 화덕이나 많은 숯을 사용해 조리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초미세먼지를 실내로 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출 후 돌아올 경우 신발 바닥과 옷을 털고 실내로 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조은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만성 질환자와 영유아, 고령 환자는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봄철 나들이를 떠나기 전에 먼저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 대기오염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에 제공하는 미세먼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손을 자주 씻고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영 전문의는 "물을 많이 먹으면 호흡기 점막 건조 현상을 예방하고 미세먼지 성분의 침투를 막을 수 있어서 하루 8잔 이상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며, 과일과 채소 섭취로 비타민 등을 보충해 면역력을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