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나이에 따라 방법을 달리 봐야
- 먹는 것부터 운동까지, 나이에 따라 포인트 달라
- ‘노화’와 ‘노쇠’는 다르다, 노쇠를 막아야
아침밥을 먹는 자리. 어머니께서 문득 이런 말을 하셨다. “요양병원에 누워서 오래 살고 싶지 않다. 몇 살까지 살든 상관없이 건강하게 사는 걸 목표로 하자.” 나이를 한참 먹고도 이것저것 반찬을 가리기 일쑤인 나를 타박하면서 나온 말이었지만, 곱씹어보니 참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세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감흥이 없다. 주 관심사가 ‘건강 수명’에 맞춰져 있는 탓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속노화’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키워드면서,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은 트렌드이기도 하다.
바로 내일, 1월 10일(금) EBS에서 방송 예정인 신년특집 <명의 - 저속노화의 비밀 2부>를 통해 저속노화에 관한 이야기가 한 번 더 다뤄질 예정이다. 저속노화 트렌드를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이야기를 미리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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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밥’ 짓기
정희원 교수가 고안했다고 하는 이른바 ‘저속노화 밥’은 렌틸콩을 40%, 그리고 백미와 현미, 귀리를 각각 20% 비율로 섞어서 짓는다. “렌틸콩 비율이 너무 많은 것 아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콩 종류를 따로 챙겨먹기 번거로워 하는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훨씬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콩은 칼로리 대비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인 데다가, 혈당 상승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덕분에 저속노화 밥을 먹게 되면 다음 끼니 전에 배가 고파지는 일도 줄어든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정 교수는 대사와 생애주기 관점에서 식습관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젊은 사람들이 단순당과 정제 곡물 섭취를 주로 하고, 나이가 들수록 잡곡밥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정 교수는 이 패턴이 반대로 나타나야 옳다고 이야기한다. 즉, 젊은 사람은 잡곡과 채소를 많이 먹도록 하고, 고령으로 갈수록 ‘근육을 지키기 위한’ 보양식으로 흰쌀밥과 고깃국을 챙겨먹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저속노화 밥의 비율 / 출처 : 'EBS 건강' 유튜브 채널
건강 수명, ‘최대 산소 섭취량’이 핵심
정희원 교수는 운동 비중에 대해서도 조언을 남겼다. 젊었을 때는 유산소 운동 60~70%, 근력 운동 30~40% 비율로 할 것을 권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대 수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최대 산소 섭취량(VO2 Max)’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VO2 Max는 개인이 최대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을 의미한다. 즉, ‘심폐지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셈이다. VO2 Max가 높을수록 심장과 폐가 원활하게,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체력이 좋고 회복력이 우수할 때부터 꾸준히 관리할수록 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 더 오랫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젊을수록 유산소 운동의 비중을 높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또한, 유산소 운동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해, 세포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준다는 점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60~70대가 되면 반대로 근력 운동을 60~70%로 하고 유산소 운동을 30~40% 비율로 하라고 조언한다. 젊은 시절에 VO2 Max가 갖춰진다면 나이가 들며 그 능력이 다소 저하되더라도 평균 이상의 수준을 갖게 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근육을 유지하거나 손실을 늦출 수 있는 운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어 근육’이라 불리는 복근, 등근육, 골반저 근육을 비롯해 횡격막 근육, ‘파워존’이라 불리는 허벅지 근육 등을 전반적으로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적인 맨몸 근력 운동을 번갈아가며 수행함으로써 이러한 근육들을 단련할 수 있다.
핵심은 최대 산소 섭취량 / 출처 : 'EBS 건강' 유튜브 채널
저속노화는 장기전이다
‘노화 속도를 늦춘다’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청년이거나 중년 정도 나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15년, 20년 동안의 신체 활동 습관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말이다. 이 시기의 활동이 노년기의 기초 체력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흔히 노화라고 하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거나 체력이 약해져 금방 지치거나 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 또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범위를 넓혀서 식욕 감퇴, 체중 감소, 근력 약화, 느려지는 걸음 속도 등까지 포함해야 한다. 걷다가 종종 다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 것 또한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인지 기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잘 기억하던 사람이 부쩍 깜빡하는 경우가 많은 것, 잘못된 방향으로 기억하거나 착각하는 것, 실제로 없었던 일을 부풀려서 생각하는 증상 등 ‘이상하다’ 싶은 증상은 대부분 노화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높은 확률로 영양 상태 불량, 신체 활동 감소, 약물 부작용, 사회적 고립 등과 이어진다.
‘노화’와 ‘노쇠’는 다르다. 우리가 걱정하는 노화의 모습은 실제로 노쇠에 가까울 것이다. 정 교수는 “노쇠지수, 몸이 고장난 정도는 생애 전체에 걸쳐 ‘얼마나 빠르게 노화를 쌓았느냐’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타고난 유전자나 운은 약 30% 정도만 영향을 미치며, 나머지 70%는 자신의 생활습관에 의해 결정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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