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는데 갑자기 '핑'..'기립성 저혈압', 1도 오를 때 1.1% 증가
권대익 입력 2022. 06. 06. 17:10 댓글 9개
더위가 지속되면 일어서다가 갑자기 어지러워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많이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날씨가 한여름을 향해 점점 다가서고 있다. 기온이 크게 올라가면 혈관이 늘어나면서 혈액이 줄어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저혈압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저혈압은 수축기(최고) 혈압이 90㎜Hg, 이완기(최저) 혈압이 60㎜Hg 이하로 떨어질 때를 말한다. 저혈압은 사계절 가운데 여름에 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저혈압 환자는 여름철(6~8월)이 겨울철(12~2월)보다 2배가량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에 저혈압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날이 더워지면 혈관이 열을 최대한 방출하기 위해 표면적을 넓히고, 땀을 흘리면서 혈액 속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땀샘을 통해 배출된다”고 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13만2,097건의 저혈압 환자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1도 오르면 저혈압 환자가 1.1% 정도 증가했다.
저혈압 환자가 병원을 찾은 날을 기준으로 1주일 동안 평균 온도 변화를 살피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특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수축기(최고)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어지럽고, 심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일어나면 혈압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자율신경계가 적절히 반응하기에 금방 회복된다. 그러나 기립성 저혈압 환자는 자율신경계에 장애가 있어 갑자기 떨어진 혈압으로 심한 어지럼증을 겪고, 때로는 의식을 잃어 2차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저혈압은 대개 키가 작고 마른 사람, 특히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간혹 자율신경계 이상이 있는 중년 비만 여성에게도 많이 발견된다.
전립선비대증 약을 먹는 사람도 저혈압 고위험군이다. 전립선비대증 약에 ‘알파차단제’라는 고혈압 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전립선 근육뿐만 아니라 혈관까지 이완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저혈압이 생기면 자주 피로하고 아침에 일어나려면 힘이 든다. 얼굴이 창백하고 어깨가 아프거나 손발이 잘 저리고 식욕이 없고 구역질이 난다. 때로는 머리나 목 뒤가 당기고 아프며, 정신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모두 혈압이 낮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은 평소 이뇨제나 혈관확장제, 안정제 등을 오래 복용하거나, 당뇨병·파킨슨병 같은 신경병증, 저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더 쉽게 발생한다”고 했다.
특히 60대 이상 만성 고혈압 환자는 약 복용으로 인해 심장 기능이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몇 가지 생활 수칙을 실천하면서 예방 가능하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때나 앉았다가 일어설 때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일어나는 것이 좋다. 머리를 15~20도 이상 올린 상태로 잠을 잔다. 이런 자세는 이른 아침에 저혈압 증세가 잘 나타나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또 튼튼한 혈관을 만들려면 꾸준히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자세를 급히 바꾸거나 머리를 아래로 기울이는 자세는 저혈압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아울러 여름철엔 탈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운동은 되도록 실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식사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 혈액 생성과 순환을 돕도록 한다.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좋은 식습관을 가지는 것만으로 저혈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알코올은 탈수를 일으키고 혈관을 확장하므로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한다면 덥더라도 압박 스타킹이나 발목을 조여 주는 양말을 신는 것이 권장된다. 저혈압이 생길 수 있는 이뇨제와 혈관확장제, 안정제 등의 복용을 삼가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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